시험장에서 AI 안경 부정행위가 잇따라 적발되면서 채용 과제전형에서도 'AI를 써도 되는가'라는 질문이 커지고 있다. 채용 현장은 일률적으로 금지하기보다, 무엇을 평가하느냐에 따라 허용과 금지가 갈리고 있다. 지원 전 공고와 과제 안내의 문구부터 확인하고, 허용되더라도 결과물을 본인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요즘 입시와 자격시험에서 스마트안경을 이용한 부정행위가 잇따라 적발됐다. 10월 3일 서울시립대 입시에서 적발된 수험생은 즉시 퇴실 조치됐고 3년간 응시 자격이 제한됐으며, 10월 10일 연세대 입시에서도 같은 수법이 드러나 대학이 형사고발을 검토 중이다. 안경테의 초소형 카메라로 문제를 찍으면 AI가 분석해 렌즈에 정답을 띄우는 방식이다.
이 논란은 자연스럽게 취업 과정으로 번진다. 집에서 혼자 치르는 과제전형이나 온라인 역량검사라면, 챗GPT 같은 도구를 켜두는 걸 어떻게 봐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채용에서 AI는 '무조건 금지'도 '마음껏 허용'도 아니다. 기업과 전형 단계에 따라 선이 다르고, 그 선을 모르고 쓰면 탈락으로 이어진다.

Anna Shvets
한쪽에는 AI 활용을 아예 역량으로 보는 흐름이 있다. 컬리는 2025년 개발자 코딩시험에서 챗GPT 사용을 허용하며, AI를 활용하려는 의지 자체를 개발자의 역량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IT·게임 업계에서는 코딩테스트와 함께 'AI를 얼마나 잘 부리는지'를 평가하기 시작했고, 채용 공고 우대사항에 AI 도구 활용 능력을 올리는 회사도 나왔다.
반대쪽에는 선을 긋는 기업이 있다. 구글은 일부 지원자가 화상 면접에서 AI를 남용하자 모든 면접 단계에서 AI 사용을 금지했고, 구글·시스코·맥킨지 등은 원격 전형의 부정행위에 대응해 대면 면접을 다시 늘리고 있다. 가트너 조사에서 채용 리더의 72.4%가 부정행위를 막으려 대면 면접을 치른다고 답했을 정도다. 영국의 대형 회계법인들은 온라인 테스트를 외부 도구 없이 끝냈다는 확인을 요구했고, PwC는 지원서에서 AI 사용 흔적을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국내 자소서 영역은 더 애매하다. 한 언론의 인사팀 취재에서도 대기업과 공기업의 방침이 금지와 허용으로 엇갈렸다. AI가 썼는지 탐지하는 기술 자체가 정확도가 떨어져, OpenAI가 만든 감지 도구조차 공개되지 못했다는 점도 '적발'을 단정하기 어렵게 만든다.
사례가 제각각이라 혼란스럽지만, 가르는 축은 하나다. 그 전형이 무엇을 평가하려는가.
실무 과제나 코딩 과제처럼 '일을 해내는 결과물'을 보는 전형은 AI 활용을 허용하거나 오히려 권장하는 쪽으로 기운다. 실제 업무에서도 AI를 쓰기 때문에, 도구를 잘 다루고 결과를 검증하는 능력이 곧 직무 역량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인적성·역량검사·면접처럼 '지원자 본인의 능력과 진위'를 확인하려는 전형은 AI 사용을 부정행위로 본다. 평가하려는 대상이 지원자 자신인데 AI가 대신 답하면 측정이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자소서가 애매한 건, 글쓰기 능력을 보려는 건지 경험과 생각을 보려는 건지 회사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같은 '과제'라도 "AI 활용 능력을 보겠다"는 과제와 "당신의 기초 실력을 보겠다"는 과제는 정반대의 규칙을 가진다. 과제 성격을 먼저 읽는 게 순서다.
허용 여부만큼 중요한 게 '고지' 문제다. 과제 안내에 AI 사용 여부나 활용 범위를 적으라고 되어 있다면, 쓴 사실과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를 밝혀야 한다. 외부 도구 없이 수행했다는 확인을 요구하는 전형에서 AI를 쓰고 숨기는 것은 명백한 규정 위반이다.
고지가 요구되는 전형이라면, AI로 처리한 부분과 본인이 직접 검증·수정한 부분을 구분해 적는 편이 안전하다. 숨기고 들키는 것보다, 활용 과정과 판단 근거를 투명하게 보여주는 쪽이 평가에서 유리한 경우가 많다. 안내에 아무 말이 없어 판단이 서지 않으면, 지레짐작하지 말고 채용 담당자에게 허용 범위와 표기 방식을 먼저 물어보는 게 낫다.
감점이나 탈락을 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지원 전에 공고와 과제 안내의 문구를 꼼꼼히 읽는 것이다. 다음을 기준으로 보면 판단이 선다.
마지막으로, 허용되는 전형이라도 결과물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과제 뒤 면접에서 "이 부분은 왜 이렇게 했나"를 물었을 때 설명하지 못하면, AI를 쓴 사실보다 그 점이 더 큰 감점이 된다. 도구를 쓰되 내용을 장악하는 것, 결국 그게 회사가 보려는 역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