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아리셀 화재로 23명이 숨진 사건에서 박순관 대표의 징역 4년을 확정하며, 안전 전담 책임자가 없으면 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라는 기준을 처음 제시했다. 다만 형량은 비상구 의무 일부 무죄로 1심 15년에서 4년까지 줄었고, 노동계는 법의 실효성 훼손이라며 반발했다. 판결이 지적한 위험성평가와 유해·위험요인 점검의 공백은 현장에서 기록과 신고로 남겨 대비할 지점이다.
2024년 6월 경기 화성의 리튬전지 공장 아리셀에서 불이 나 근로자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그 책임을 물은 재판이 10월 20일 끝났다. 대법원 1부는 박순관 아리셀 대표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4년을 확정했다. 아들인 박중언 총괄본부장은 징역 7년, 법인 아리셀은 벌금 8억 원으로 함께 확정됐다.
눈에 띄는 건 형량이 줄어든 폭이다. 1심은 박 대표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에서 4년으로 내려왔고, 대법원이 이를 그대로 유지했다. 감형의 갈림길은 비상구였다. 1심은 불이 난 2층에도 비상구를 둘 의무가 있다고 봤지만, 2심은 1층에 비상구가 있으면 2층에 따로 둘 의무까지는 없다며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그만큼 유죄로 인정된 범위가 좁아졌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이 훼손됐다며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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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은 줄었지만, 이 판결에는 현장이 기억해둘 기준이 하나 세워졌다. 대법원은 안전·보건 업무를 전담하는 책임자가 따로 없으면, 사업을 총괄하는 대표이사가 단독으로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등'이 된다고 처음으로 밝혔다.
핵심은 그다음이다. 조직·인력·예산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쥔 대표는 안전관리 책임자를 따로 두었더라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봤다. "안전관리를 누구에게 맡겼다"는 사실만으로는 면책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돈과 사람을 결정하는 자리에 안전의 최종 책임이 따라붙는다는 선을 명확히 한 셈이다.
대법원과 항소심이 문제 삼은 지점은 추상적인 게 아니다. 유해·위험요인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중대재해처벌법에 대비한 매뉴얼을 갖추지 않았다는 것이 인정된 의무 위반의 핵심이다. 특히 위험성평가 규정과 계획에 리튬을 다루는 사업장의 특성이 구체적으로 반영되지 않은 점이 지적됐다.
이 대목이 현장에 주는 신호는 분명하다. 위험성평가가 서류상 형식으로만 존재하고, 실제 취급 물질의 위험이 그 안에 적히지 않으면 사고 뒤 책임을 가리는 근거가 된다는 것이다.
판결이 지적한 빈칸은 뒤집으면 현장에서 챙겨야 할 목록이 된다. 노동자와 안전 담당자가 평소에 기록과 신고로 남겨둘 항목은 다음과 같다.
기록이 쌓여야 책임도 가려진다. 이번 판결에서 형량을 가른 것도, 의무를 다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가 어디까지 남아 있었느냐였다. 평소의 문서 한 장이 사고 뒤에는 책임의 방향을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