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임 사고는 정비·보수 중 멈춰 있던 기계가 갑자기 다시 움직일 때 많이 일어나며, 이를 막는 핵심은 전원을 물리적으로 끊고 잠그는 조치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급박한 위험이 있으면 노동자가 작업을 멈추고 대피할 권리를 보장하고, 그 때문에 해고 같은 불이익을 줄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협력사 노동자도 산재보험 적용 대상이며, 사고 후 요양급여는 사업주 승인 없이 본인이 직접 신청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10월 18일 오전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협력업체 소속 40대 노동자가 슬래그 처리 설비를 정비하던 중 설비에 끼여 숨졌다. 당국은 안전수칙이 지켜졌는지 조사하고 있다. 정비 작업 중 벌어진 사고라는 점이 중요하다.
끼임 사고의 상당수는 작동을 멈춘 기계를 손보는 사이 갑자기 재가동되면서 일어난다. 여기서 흔한 오해가 하나 있다. 비상정지 버튼이나 인터록 스위치를 눌러 기계를 세웠으니 안전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 장치들은 제어 신호만 끊을 뿐 동력 회로는 살아 있을 수 있다. 즉, 전원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가 아니다.
정비 중 안전을 확보하려면 제어가 아니라 동력을 끊어야 한다. 차단기나 단로기 같은 장치로 주전원 자체를 분리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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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안전보건 기준은 기계를 정비·청소·수리할 때 운전을 멈추고, 다른 사람이 함부로 켜지 못하도록 기동장치를 잠근 뒤 표지를 붙이도록 정하고 있다. 흔히 LOTO(잠금·표지)라고 부르는 조치다.
순서는 이렇다. 먼저 작업 사실을 관계자에게 알리고, 정상 절차로 기계를 완전히 정지시킨다. 그다음 차단기·밸브 등으로 에너지원을 물리적으로 분리하고, 격리 지점마다 잠금장치와 표지를 건다. 잠금장치는 열쇠 없이는 풀 수 없는 물리적 고정 수단이고, 표지는 '작동 금지'를 알리는 경고다. 잠금 열쇠는 작업자가 직접 관리해야 다른 사람이 임의로 재가동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혼자 판단해 빠르게 끝내려다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다. 번거롭더라도 이 절차를 건너뛰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현장에서 위험을 느꼈을 때 그냥 참고 작업하지 않아도 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52조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으면 노동자가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다고 정한다. 작업중지권이다.
같은 조항은 노동자를 보호하는 장치도 함께 두고 있다.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 이유가 있어 대피한 노동자에게 사업주가 해고나 그 밖의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법원도 2023년 판결에서 작업중지권을 행사한 노동자에 대한 징계의 적법성을 다룬 바 있다.
다만 현실에서는 권리 행사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하다. 그래서 위험을 느꼈다면 무엇이 어떻게 위험한지 사진이나 메모로 기록해 두고, 관리감독자와 안전관리자에게 개선을 요구하는 절차를 밟는 편이 안전하다. 개선되지 않으면 고용노동부 상담센터(1350)에 신고할 수 있다. 정부는 작업중지권의 행사 요건을 완화하고 이를 막는 기업을 처벌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 입법이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
마지막으로 알아둘 것은 사고 이후다. 협력사나 하청 소속이라도 산재보험 적용 대상이다. 원청 직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상에서 배제되지 않는다.
요양급여 신청은 사업주의 승인이나 날인이 필수가 아니다. 노동자 본인이 직접 신청할 수 있고, 치료받는 병원에서 대행 접수를 하거나 '고용·산재보험 토탈서비스'로 온라인 신청도 가능하다. 절차나 분쟁이 생기면 근로복지공단(1588-0075)이나 고용노동부 상담센터(1350)에 먼저 상담하는 것이 좋다.
정비 작업은 '잠깐이면 끝난다'는 생각이 가장 위험하다. 끄고, 잠그고, 표시하는 몇 분이 사람과 기계 사이의 거리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