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에 도달한 뒤 받는 계속고용 제안은 대부분 기존 계약을 잇는 정년연장이 아니라, 한 번 퇴직하고 새 계약을 맺는 재고용이다. 재고용 계약서에 서명하면 근속·퇴직금·연차는 끊기고 임금과 직무는 새로 정해지므로 신규 입사자에 가까운 조건이 된다. 서명 전 임금 기준, 계약기간과 갱신 조건, 퇴직금 정산 여부를 항목별로 확인하는 것이 협상의 출발점이다.
정년에 도달했는데 회사가 계속 일하자고 제안했다면, 그 제안은 대부분 '정년연장'이 아니라 '재고용'이다. 이름은 비슷해도 법적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정년연장은 기존 근로계약이 그대로 이어진다. 근속연수도, 임금체계도 끊기지 않는다. 반면 재고용(현장에서는 '촉탁직'이라 부른다)은 정년으로 한 번 퇴직한 뒤 새 계약을 맺는 구조다.
| 구분 | 정년연장 | 재고용(촉탁직) |
|---|---|---|
| 근로계약 | 기존 계약 유지 | 새 계약 체결 |
| 근속·퇴직금 | 계속 이어짐 | 정년 시점 정산 후 리셋 |
| 임금 | 기존 체계·개편 | 새로 결정(삭감 가능) |
| 계약 종료 | 연장된 정년까지 | 기간만료로 종료 가능 |
결국 재고용 계약서에 서명하는 순간 당신은 법적으로 '신규 입사자'에 가까워진다. 고령자고용법은 사업주가 정년에 이른 사람을 다시 고용하도록 '노력'할 의무만 둘 뿐, 조건은 새로 정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계약서 항목을 하나씩 뜯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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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볼 항목은 임금이다. 정년 퇴직 후 새 계약을 맺으면서 이전보다 낮은 임금을 주는 것은 원칙적으로 합법이다. 임금피크제처럼 기존 계약 안에서 깎는 것이 아니라, 계약 자체가 새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확인할 것은 삭감 여부가 아니라 삭감의 기준이다. 월 급여 총액, 상여금·수당 포함 여부, 퇴직연금 적립 여부를 숫자로 명시해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기존의 70% 수준" 같은 구두 설명만 믿으면 나중에 다투기 어렵다.
재고용은 직무나 근로시간을 함께 바꾸는 경우가 많다. 근로시간과 임금은 새 계약에서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풀타임에서 주 며칠 근무로 바뀌는지, 담당 업무가 그대로인지 보조 업무로 내려가는지가 계약서에 적혀 있어야 한다. 근로시간이 줄면 4대보험과 실업급여 산정 기준도 달라진다. 특히 주 15시간 미만이면 주휴수당과 연차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은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
재고용은 대개 1년 단위 기간제 계약이다. 여기서 흔한 오해 하나를 짚어야 한다.
일반 근로자는 기간제로 2년을 넘기면 무기계약, 즉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하지만 55세 이상 고령자는 기간제법상 예외다. 2년을 넘겨 일해도 자동으로 정규직이 되지 않고, 회사가 갱신하지 않으면 계약만료로 끝난다. 나이는 '최초 계약 시점'을 기준으로 따진다.
다만 회사가 매년 갱신을 반복해 왔다면 '갱신기대권'이 인정될 수 있다. 이 경우 합리적 이유 없는 갱신 거절은 다툴 여지가 생긴다. 계약서에 갱신 조건과 평가 기준이 어떻게 적혀 있는지를 봐야 하는 이유다.
재고용의 핵심은 근속이 끊긴다는 점이다.
퇴직금은 정년 시점에 입사일부터 정년까지를 기준으로 전액 정산된다. 그 뒤 촉탁직 기간은 별도로 계산된다. 재고용 후 1년을 더 일하면 그 1년치 퇴직금만 새로 쌓이는 식이다.
연차도 같다. 특약이 없으면 이전 근무기간의 연차는 인정되지 않는다. 신규 입사자처럼 1개월 개근 시 1일, 1년을 채우면 15일이 발생한다. 국민연금은 만 60세부터 가입 대상에서 빠지므로 재가입되지 않고, 건강·고용·산재보험은 계약직으로 새로 취득 신고된다.
재고용 제안은 '받느냐 마느냐'보다 '어떤 조건이냐'로 따지는 게 현실적이다.
재고용은 소득을 몇 년 더 유지하는 현실적인 선택이다. 다만 서명하기 전, 끊기는 것과 새로 정해지는 것을 나눠서 확인해 두는 일이 협상의 출발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