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담당자가 성장과정에서 확인하려는 것은 화목한 가정이나 부모님 직업이 아니라, 지원자가 어떤 판단 기준을 갖게 됐고 그것이 지금 일하는 방식으로 이어지는가다. 유년기 나열과 가정형편 강조는 감점 요인이고, 특정 경험 하나를 골라 배운 기준과 직무 역량으로 연결한 글이 통과에 가깝다. 같은 경험도 지원 직무에 따라 강조점을 바꾸면 설득력이 달라진다.

성장과정 칸을 앞에 두고 많은 지원자가 부모님 이야기부터 쓴다. 그런데 채용 담당자가 이 문항으로 알고 싶은 건 지원자의 가족 구성이나 성장 배경 자체가 아니다. 그 환경 속에서 어떤 기준과 가치관을 갖게 됐고, 그 기준이 이후의 선택과 행동에서 어떻게 반복됐는지다.
다시 말해 성장과정은 자기소개서 안의 자기소개가 아니라, 지원자가 일할 때 어떤 태도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사람인지를 미리 보여주는 칸이다.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지,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사람들과 어떻게 협력하는지가 여기서 드러나기를 기대한다. 이 시선을 알고 쓰는 것과 모르고 쓰는 것의 차이가 크다.

Tima Miroshnichenko
반대로 흔히 저지르는 실수부터 피해야 한다.
첫째, 부모님 직업이나 가정형편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경우다. 어려웠던 사정을 앞세우면 의지가 아니라 피해의식처럼 읽히기 쉽다. 둘째, '엄격한 아버지와 자상한 어머니 밑에서'로 시작하는 유년기 나열이다. 직무와 연결되지 않는 가족사와 어린 시절 서술은 분량만 차지하고 감점 요인이 된다.
셋째, 지원동기와 뒤섞는 것이다. 성장과정에 '그래서 이 회사에 지원했다'를 욱여넣으면 두 문항 모두 흐려진다. 넷째, 구체적 사례 없이 '성실하다', '책임감이 강하다' 같은 흔한 강점만 나열하는 것이다. 요즘 담당자들은 꾸며낸 문장과 진짜 경험을 빠르게 구분한다.
잘 쓴 성장과정에는 반복되는 골격이 있다. 인생 전체를 요약하지 않고 특정 사건이나 인물 하나를 고른다. 거창한 일화일 필요는 없다. 작지만 실제로 겪은 일에서 무엇을 배웠고 어떤 기준이 생겼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때 아르바이트'라는 소재라도, 손님 응대가 서툴렀던 경험에서 '내 편의보다 상대의 상황을 먼저 확인하는 기준'을 갖게 됐고 그 습관이 지금까지 이어진다고 쓰면 이야기가 산다. 사건은 계기일 뿐이고, 핵심은 그 뒤에 생긴 판단 기준과 그것이 지금의 행동으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마지막에 그 기준이 지원 직무에 필요한 역량과 어떻게 맞닿는지까지 이으면 글이 닫힌다.
같은 경험이라도 직무에 따라 부각할 지점이 달라진다. 앞의 아르바이트 사례를 영업·서비스 직무에 쓴다면 상대의 상황을 읽는 태도를, 기획·분석 직무에 쓴다면 문제의 원인을 되짚어 기준을 세운 과정을 앞세우는 식이다. 하나의 경험을 여러 직무에 그대로 복사하지 말고, 지원하는 자리가 요구하는 역량 쪽으로 초점을 옮겨야 한다.
제출 전 다음을 점검하면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성장과정은 화려한 서사를 요구하는 칸이 아니다. 평범한 경험이라도 그 안에서 만들어진 기준을 직무와 연결해 보여주면, 담당자가 찾는 답에 가까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