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을 연금으로 받으면 퇴직소득세가 연차에 따라 30~40% 감면되고, 자기부담금·운용수익 세율도 16.5%에서 3.3~5.5%로 내려간다. 감면 폭은 수령 기간이 길고 개시 나이가 많을수록 커지는 구조다. 결정 전 수령 연차, 개시 나이, 연 1,500만원 종합과세 기준을 본인 상황에 대입해봐야 한다.

퇴직연금을 어떻게 받을지 고민이라면 먼저 짚을 게 있다. 일시금과 연금의 세금 차이는 대부분 '회사가 넣어준 퇴직급여(퇴직재원)'에 매기는 세금에서 벌어진다.
퇴직연금은 적립하고 굴리는 동안에는 세금을 물리지 않고, 실제로 돈을 찾을 때 과세한다. 이걸 과세이연이라고 부른다. 일시금으로 받으면 그동안 미뤄뒀던 퇴직소득세를 한 번에 정산한다. 반면 만 55세 이후 연금으로 나눠 받으면 이 퇴직소득세를 상당 부분 깎아준다. 세금만 놓고 보면 연금이 유리한 구조인데, 얼마나 유리한지는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Vitaly Gariev
연금 수령의 핵심 혜택은 퇴직소득세 감면이다. 연금을 받기 시작한 뒤 연차에 따라 감면 폭이 커진다.
수령 1~10년차에는 원래 퇴직소득세율의 70%만 적용된다. 사실상 30% 감면이다. 11년차부터는 60%가 적용돼 감면 폭이 40%로 커진다. 정부가 장기 수령을 유도하려고 감면 구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보고 있어서, 20년을 넘겨 받으면 절반만 내는 구간도 생기고 있다.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지점이 있다. 감면은 '퇴직소득세를 안 낸다'가 아니라 '연차가 길수록 덜 낸다'는 뜻이다. 짧게 5~6년에 몰아 받으면 감면 효과도 그만큼 작아진다.
퇴직재원 말고, 본인이 IRP나 연금저축에 추가로 넣어 세액공제를 받은 돈과 그 운용수익은 다른 잣대로 과세한다. 여기서 일시금과 연금의 차이가 가장 크게 벌어진다.
일시금으로 한꺼번에 빼면 이 부분에 16.5%의 기타소득세가 붙는다. 반대로 연금으로 받으면 3.3~5.5%의 연금소득세로 낮아진다. 같은 돈인데 세율이 세 배 가까이 차이 난다. 노후에 쓸 돈을 급하게 목돈으로 빼는 선택이 세금 측면에서 가장 불리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연금소득세율은 받는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설명 기준으로 수령 당시 나이가 55~69세면 5.5%, 70~79세면 4.4%, 80세 이상이면 3.3%가 적용된다. 종신형으로 설계하면 55~69세 구간도 4.4%로 내려간다.
늦게, 오래 받을수록 세율이 낮아진다는 뜻이다. 당장 목돈이 급하지 않다면 개시 시점을 미루는 것만으로도 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한 가지 변수가 더 있다. 국민연금을 뺀 사적연금소득이 한 해 1,500만원을 넘으면 그 초과분은 다른 소득과 합쳐 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연금액이 크다면 이 선을 염두에 두고 수령 기간을 늘려 연간 수령액을 조절하는 편이 낫다.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결정 전에 아래 세 가지를 본인 상황에 대입해 보는 게 먼저다.
당장 큰돈이 필요한 사정이 없고 노후 소득으로 길게 쓸 계획이라면, 세금 구조상 연금 수령이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 다만 감면은 오래 받을수록 커지는 구조라, 짧게 받을 거라면 이점이 줄어든다는 점을 함께 계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