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가양동 아파트 화재로 중증 뇌병변 장애인 어머니와 아들이 대피하지 못하고 숨졌다. 장애인 활동지원제도는 대상과 예산이 해마다 늘지만, 낮은 임금과 불규칙한 근무 탓에 밤·주말·지방에는 사람을 배치하기 어려운 공백이 남아 있다. 인력난은 비상 상황에서 곁을 지킬 사람의 유무를 가르는 문제로, 근무 조건 개선이 사각지대를 좁히는 출발점이다.
2026년 8월 11일 오후 4시 55분경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한 아파트 15층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61세 뇌병변 장애인 어머니와 38세 아들이 숨졌다. 소방당국은 두 사람이 불길을 피하려다 화단으로 추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어머니는 10년 넘게 중증 뇌병변 장애로 혼자 몸을 가누기 어려웠고, 평소 곁을 지키던 남편은 사고 당시 병원 치료를 받으러 집을 비운 상태였다. 다른 주민 40명이 스스로 계단으로 빠져나온 그 20분 남짓한 시간 동안, 스스로 대피가 어려운 사람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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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활동지원제도는 혼자 일상생활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에게 활동지원사를 붙여 이동·식사·위생 등을 돕는 제도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6년 지원 대상은 약 14만 명, 예산은 2조 8,102억 원으로 전년(2조 5,323억 원)보다 늘며 해마다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현장에서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2020년 복지부 실태조사에서 '일상생활 전반에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한 장애인은 약 40만 명이었지만, 이들을 돌볼 활동지원사는 11만 명 안팎에 그쳤다. 제도는 있어도 곁을 지킬 손이 모자란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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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지원사가 특히 부족한 시간대는 야간과 주말이다. 2026년 활동지원 단가는 시간당 17,270원이지만 지원사가 실제로 받는 시급은 12,952원 수준이고, 야간(22시~06시)과 공휴일에 일해도 시간당 3,000원이 더해지는 데 그친다. 최근에는 일요일에 일해도 평일과 같은 임금만 주는 기관이 나타나 지원사 노조가 감독을 요구하는 분쟁까지 벌어졌다. 낮은 임금과 불규칙한 근무 조건이 겹치면서 밤 시간과 비수도권은 사실상 배치가 어려운 '서비스 공백'으로 남는다. 그 공백을 야간순회서비스나 응급알림서비스가 부분적으로 메우지만, 이는 예산상의 이유로 도입된 대체 수단일 뿐 상시 곁을 지키는 사람과는 다르다. 순회와 알림은 정해진 시간에 잠깐 들르거나 위급 신호를 받아 출동하는 방식이어서, 불이 번지는 몇 분 사이에 몸을 일으켜 세워 함께 계단을 내려갈 사람을 대신하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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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이 부족한 자리를 지금은 상당 부분 가족이 메우고 있다. 정부는 2024년 11월부터 최중증 발달장애인과 희귀난치 질환자에 한해 가족이 한시적으로 활동지원사가 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다만 최대 2년, 급여의 절반만 지급, 일정 교육 이수라는 조건이 붙는다. 가양동 사고에서 어머니의 곁을 지키던 사람도 가족인 남편이었고, 그가 병원에 간 사이 공백이 생겼다. 활동지원 인력난은 단순한 서비스 불편이 아니라, 비상 상황에서 곁에 사람이 있느냐 없느냐를 가르는 문제다. 대상과 예산을 늘리는 것과 함께, 밤과 주말에도 사람이 남도록 임금·근무 조건을 손보고, 스스로 대피가 어려운 이용자에게는 무인 시간을 줄이는 배치를 우선하는 일이 사각지대를 좁히는 출발점이다. 제도의 크기를 키우는 것만큼, 가장 위험한 시간에 곁에 사람이 있도록 만드는 일이 지금 현장이 요구하는 변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