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서명으로 맺은 근로계약서는 전자문서법·전자서명법에 따라 종이 계약서와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갖는다. 다만 근로자가 지정한 이메일 등으로 발송해야 근로기준법상 교부로 인정되며, 회사 서버에만 저장하면 교부로 보지 않는다. 원본을 수정 불가능한 형태로 보존해야 분쟁 시 증거력이 유지되므로 보낸 곳과 보관 방식을 확인해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전자서명으로 맺은 근로계약서는 종이 계약서와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가진다. 근거는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제4조다. 이 조항은 "전자문서는 전자적 형태로 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법적 효력이 부인되지 아니한다"고 못 박고 있다. 전자서명 역시 전자서명법 제3조에 따라, 당사자가 약정한 방식으로 한 전자서명은 종이에 하는 서명·날인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근로기준법 제17조는 임금과 근로시간 등 핵심 근로조건을 서면으로 명시해 근로자에게 교부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고용노동부는 전자근로계약서도 이 의무를 충족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니 "전자라서 효력이 약한 것 아니냐"는 걱정은 접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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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그다음이다. 계약이 유효하다는 것과, 사용자가 교부 의무를 다했다는 것은 별개다. 여기서 소규모 사업장이 자주 걸린다.
고용노동부 해석의 핵심은 '어디로 보냈느냐'다. 근로자가 지정한 정보처리시스템, 예컨대 근로자 본인의 이메일에 사용자가 계약서를 발송해 수신되게 한 때라야 교부한 것으로 인정된다. 반대로 근로자가 지정하지 않은 회사 내부 서버에만 저장해두고 "필요하면 열람하라"고 한 경우는 교부로 보지 않는다. 근로자가 언제든 출력할 수 있게 해놨더라도 마찬가지다.
또 하나, 근로자가 전자적 방식으로 받는 것에 동의하지 않으면 사용자는 반드시 종이로 교부해야 한다. 전자근로계약을 밀어붙이기 전에 근로자의 동의를 먼저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임금 체불이나 근로조건 다툼이 생겼을 때, 계약서는 결정적 증거가 된다. 전자근로계약서가 이 역할을 하려면 보관 방식이 중요하다.
전자문서법 제4조의2는 전자문서를 서면으로 보기 위한 요건으로 두 가지를 든다. 하나는 내용을 열람할 수 있을 것, 다른 하나는 작성·송수신·저장될 당시의 형태 또는 그와 같이 재현될 수 있는 형태로 보존되어 있을 것이다. 쉽게 말해 나중에 내용이 바뀌지 않았음을 보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계약서를 임의로 수정할 수 없는 읽기 전용 형태로 저장하고, 당사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전자서명을 남긴다. 이런 조건을 갖추면 실제 소송에서도 전자서명으로 체결된 계약이 증거능력과 증명력을 인정받는다.
전자근로계약서는 편리하지만, 효력이 있다는 사실만 믿고 교부와 보관을 소홀히 하면 정작 분쟁에서 제 몫을 못 한다. 보낸 곳과 보관 형태, 이 두 가지가 종이 계약서와 갈리는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