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027년 상반기부터 법무부·성평등가족부를 시작으로 세종 이전과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추진한다. 공무원은 전보가 임용권자 재량이라 발령 거부 시 직장이탈·직권면직 위험이 크지만, 공무직·산하기관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상 '정당한 이유' 심사가 있어 생활상 불이익이 크면 다툴 여지가 있다. 발령 전 본인 신분과 취업규칙·단체협약의 근무지·전보 조항, 협의 절차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세종 이전 발령을 거부할 수 있느냐는 질문의 답은 하나가 아니다. 같은 부처 건물에서 일해도 국가공무원인지, 공무직이나 산하기관 근로자인지에 따라 법적 처지가 완전히 다르다.
공무원은 사실상 거부하기 어렵다. 반면 근로자는 '정당한 이유'를 따지는 심사 장치가 있어 다툴 여지가 남는다. 본인 신분부터 확인하는 게 먼저다.

Viridiana Rivera
정부는 2027년 상반기부터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처럼 규모와 파급력이 큰 기관부터 세종으로 옮기기로 했다. 공소청·중수청·경찰청 등 별도 청사가 필요한 기관은 청사를 새로 지은 뒤 이전한다.
여기에 수도권 공공기관 350여 곳을 지방으로 옮기는 계획도 얹혔다. 정부는 2026년 4분기 중 구체적인 이전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최종 대상과 시기는 행복도시법에 따라 협의와 공청회를 거쳐 이전계획을 고시해야 확정된다. 아직은 방침 단계라는 뜻이다.
공무원에게 근무지 이동은 전보다. 판례와 실무는 전보를 임용권자의 재량으로 본다. 위법하게 재량을 남용한 경우가 아니라면 발령 자체는 유효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발령을 받고도 새 근무지로 가지 않을 때다. 승인 없이 근무지를 벗어나면 국가공무원법 제58조의 직장이탈 금지 위반이 되고, 성실의무 위반으로 징계 사유가 된다. 무단결근이 이어지면 국가공무원법 제70조에 따른 직권면직까지 갈 수 있다. 직권면직은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신분을 박탈하는 처분으로, 관할 징계위원회의 의견이나 동의 절차를 거쳐 이뤄진다.
한 가지 참고할 규정은 있다. 공무원임용령 제27조는 한 자리에 임용된 뒤 2년의 필수보직기간이 지나야 다른 자리로 전보하도록 정한다. 그러나 기구 개편이나 직제 변경에 따른 재발령은 이 기간을 1년 이상으로 따로 둘 수 있다. 부처 자체를 옮기는 이전은 이 예외에 걸릴 가능성이 커서, 필수보직기간을 이유로 발령을 막기는 어렵다.
공무직이나 산하 공공기관 근로자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들에게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전직시키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법원은 전보가 정당한지를 두 가지를 저울에 올려 판단한다. 사용자의 업무상 필요성과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이다. 여기에 노동조합이나 본인과 협의하는 등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도 함께 본다. 생활상 불이익이 근로자가 통상 감수해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정당한 인사권으로 인정된다.
거꾸로 말하면, 세종행으로 생기는 불이익이 통상적인 수준을 크게 넘어서고 협의 절차도 제대로 없었다면 부당 전보로 다툴 여지가 생긴다. 자녀 양육이나 가족 간병 같은 구체적 사정이 여기서 무게를 갖는다.
근로자라면 취업규칙과 단체협약부터 펴 보는 게 순서다. 특히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에 근무지가 특정돼 있는지가 관건이다. 근무 장소가 명시돼 있다면 원거리 전보에 근로자 동의가 필요한지를 두고 다툴 근거가 된다. 전보·전근 조항과 사전 협의 절차가 어떻게 규정돼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공무원에게는 거부권이라 부를 만한 장치는 없다. 대신 질병이나 육아 같은 사정이 있다면 인사 고충심사를 신청해 전보 유예나 배려를 요청하는 길이 있다. 이는 발령을 무효로 만드는 수단이 아니라 사정을 소명하는 절차다.
정리하면, 발령장을 받기 전에 자신이 공무원인지 근로자인지, 근무지가 계약에 특정돼 있는지, 협의 절차가 지켜졌는지를 순서대로 짚어 두는 편이 낫다. 무단으로 출근을 거부하는 것은 어느 신분에서도 가장 불리한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