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노무

잠정합의는 확정 아니다, 투표 뒤 밟는 순서

노사 잠정합의는 교섭 대표들이 만든 초안일 뿐 그 자체로 효력이 없다. 조합원 찬반투표가 가결되고 단체협약이 정식 체결(조인)돼 시행일이 와야 급여와 근무 조건에 반영된다. 합의 소식을 봤다면 임금 기준과 소급 여부, 시행일, 그리고 지금이 잠정인지 체결까지 끝났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잠정합의는 확정 아니다, 투표 뒤 밟는 순서

잠정합의는 아직 '초안'이다

노사가 잠정합의에 이르렀다는 뉴스가 나와도, 그 시점에 정해진 것은 사실상 없다. 잠정합의안은 교섭에 나선 노사 대표들이 만든 초안이다. 조합원 전체가 받아들일지, 그래서 실제 급여와 근무 조건에 반영될지는 다음 단계에서 갈린다.

최근 금융권 산별교섭 잠정합의가 그 예다. 은행 개점 시간을 오전 9시에서 9시 30분으로 늦추고 폐점은 오후 4시로 유지하는 안, 총액 임금 3.0% 인상, 하루 최대 30분까지 조정하는 자율 출근제, 금요일 조기 퇴근제, 육아휴직 대상을 자녀 초등학교 6학년까지 넓히는 내용 등이 담겼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조합원 투표를 통과해야 비로소 효력을 얻는다.

확정까지 밟는 순서

employees voting ballot box workplace

Edmond Dantès

잠정합의부터 확정까지는 대체로 세 단계를 거친다.

첫째, 조합원 찬반투표다. 노조는 총회 또는 대의원대회를 열어 잠정합의안을 설명하고 표결에 부친다. 둘째, 가결되면 노사가 단체협약을 정식으로 체결한다. 서명·날인하는 이 절차를 흔히 조인식이라 부른다. 셋째, 체결된 단체협약이 정한 시점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여기서 자주 오해가 생긴다. 임금 인상률이 발표됐다고 해서 그달 급여명세서가 바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소급 적용 조항이 있으면 과거분을 나중에 정산하고, 없으면 시행일 이후부터 적용된다. 언제부터 내 지갑에 들어오는지는 합의안의 시행일과 소급 조항을 봐야 안다.

찬반투표는 법적 의무일까

조합원 찬반투표는 대부분의 노조가 규약에 두고 있는 내부 의사결정 절차다. 다만 법률이 무조건 강제하는 절차는 아니라는 게 판례의 태도다. 교섭창구 단일화 아래에서 교섭대표노조의 대표자는 독자적인 단체협약 체결권을 가진다고 본 대법원 판단이 있다. 규약에 찬반투표 규정이 없다면, 대표자 서명만으로 단체협약이 성립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규약이 "총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정해 두었다면 그 의결이 통과해야 유효한 단체협약이 된다. 결국 내 노조의 규약이 어떻게 쓰여 있느냐가 실제 절차를 좌우한다.

부결되면 어떻게 되나

투표에서 부결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이때는 합의가 무산되고 노사가 재교섭에 들어간다. 재교섭으로 수정안이 나오면 긴급 임시대의원대회 등을 통해 내용을 다시 설명하고, 조합원 총투표를 한 번 더 진행한다. SK하이닉스 노조가 임단협을 재투표에 부친 사례처럼, 한 번의 잠정합의가 곧 최종 타결을 뜻하지는 않는다.

부결이 반복되면 교섭이 장기화되거나 쟁의 국면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그래서 잠정합의 소식만으로 "타결됐다"고 단정하는 것은 이르다.

내 회사 합의안, 이렇게 읽어라

산별교섭이든 개별 기업 교섭이든, 합의안을 받아들었을 때 확인할 항목은 비슷하다.

  • 임금 인상률이 총액 기준인지 기본급 기준인지. 총액 3.0%와 기본급 3.0%는 체감이 다르다.
  • 소급 적용 여부와 시점. 언제부터 적용되는지가 실수령액을 바꾼다.
  • 시행일. 복지·근로시간 변경이 언제부터 실제로 적용되는지.
  • 적용 대상과 조건. 육아휴직 확대나 자율 출근제가 나에게 해당되는 조건인지.
  • 지금이 '잠정'인지 '체결(조인)'까지 끝난 상태인지.
  • 부결·재교섭 가능성이 남아 있는지.

정리하면 잠정합의는 출발선이지 결승선이 아니다. 투표가 가결되고 단체협약이 체결돼 시행일이 도래해야, 뉴스에 나온 조건이 비로소 내 근로계약의 일부가 된다. 합의 소식을 봤다면 다음으로 확인할 것은 투표 일정과 시행일이다.

출처

  1. 은행 점포 내년 4월부터 30분 늦게 문 연다…노사 잠정 합의
  2. 단체협약 잠정합의서 명칭으로 노사 대표가 서명·날인한 경우 유효한 단체협약으로 볼 수 있나 - 법률메카
  3. 제3장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 노동조합
  4. SK하이닉스 노조, 임단협 재투표…추석 전 타결 분수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