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임금체불이 약 3,871억원으로 단일 기업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등 대규모 체불이 회생절차 중 뒤늦게 드러나는 사례가 이어진다. 고용노동부 체불사업주 명단공개와 2025년 10월 시행된 상습 임금체불 근절법으로 체불 이력과 신용·출국 제재 정보를 이전보다 확인하기 쉬워졌다. 지원 전 명단공개와 DART 전자공시로 회사를 점검하고, 입사 후 체불 시 진정과 대지급금 절차를 알아두면 대응이 빨라진다.
홈플러스 사례가 보여준 건 체불이 쌓이는 방식이다. 이 회사의 임금체불액은 약 3,871억원으로 단일 기업 기준 역대 최대였다. 이전 최대였던 대유위니아그룹(1,197억원)의 세 배가 넘는다. 그중 상당액이 정산됐지만 664억원가량은 미청산 상태로 남았다. 체불 내역에는 임금뿐 아니라 퇴직급여 129억원, 연차휴가 미사용수당 22억원이 섞여 있었다.
핵심은 발생 구조다. 회사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뒤 운영자금이 마르면서 급여가 밀리기 시작했다. 겉으로는 매장이 정상 영업하고 급여일도 지켜지는 듯 보여도, 회생·워크아웃 같은 신호가 이미 진행 중이면 체불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입사 시점에는 멀쩡해 보였다는 후기가 위험 신호를 가려버리는 이유다. 실제로 홈플러스 체불은 회생 개시 이후 특정 시점에 집중돼, 월 200억원대씩 밀린 달도 있었다.
Photo by Towfiqu barbhuiya on Unsplash
가장 직접적인 자료는 고용노동부 체불사업주 명단공개다. 근로기준법 제43조의2에 따라, 기준일(매년 8월 31일) 이전 3년 안에 2회 이상 유죄가 확정되고 1년 내 체불 총액이 3천만원 이상인 사업주가 공개된다. 고용노동부 누리집의 '정보공개 > 체불사업주 명단공개'에서 사업장명과 대표자, 체불액을 볼 수 있다.
여기에 2025년 10월 23일부터 상습 임금체불 근절을 위한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됐다. 상습체불사업주로 지정되면 신용정보기관에 체불 정보가 공유돼 대출과 금리에서 불이익을 받고, 국가·지자체 보조·지원사업 참여가 제한된다. 명단공개 대상자는 출국금지까지 걸릴 수 있다. 상습체불사업주는 1년간 한 근로자에게 3개월분 이상 임금을 체불했거나, 5회 이상 체불하면서 총액이 3천만원을 넘긴 경우에 지정된다. 지원하려는 회사가 이 목록에 있다면, 단순한 과거 이력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 재무 위험으로 읽어야 한다.
명단에 없다고 안심하긴 이르다. 명단은 이미 유죄가 확정된 뒤에야 오르기 때문이다. 상장사라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서 감사보고서와 재무제표를 열어 영업손실 누적, 자본잠식, 감사의견 '한정·의견거절' 여부를 확인하는 편이 빠르다. 회생·부채 관련 공시가 최근에 몰려 있다면 주의 신호다. 퇴직연금이 규정만큼 적립돼 있는지도 감사보고서에서 가늠할 수 있는데, 홈플러스는 확정급여형 퇴직연금 적립액이 필요액보다 900억원 넘게 모자랐다.
비상장 중소기업은 공개 정보가 적다. 이럴 때는 채용 플랫폼 재직자 후기에서 '급여 지연', '4대보험 미납' 같은 표현이 반복되는지, 채용 공고가 같은 자리로 지나치게 자주 올라오는지를 본다. 면접 자리에서 급여일과 최근 지급 이력을 직접 물어보는 것도 결례가 아니다. 급여가 밀린 적이 있는지, 4대보험은 정상 납부되는지 묻는 질문에 답을 흐리는 회사라면 그 자체가 판단 근거가 된다.
체크리스트로 정리하면 이렇다. 첫째, 근로계약서·임금명세서·통장 입금 내역을 모아 밀린 금액과 기간을 특정한다. 둘째, 지방고용노동청에 임금체불 진정을 넣는다. 고용노동부 노동포털에서 온라인으로도 접수된다. 셋째, 근로감독관 조사로 체불액이 확인되면 '체불 임금 등 사업주 확인서'를 발급받는다.
회사가 지급 능력을 잃었다면 대지급금 제도가 안전판이다. 정부가 체불 임금의 일부를 먼저 지급하고 사업주에게 청구하는 구조로, 근로복지공단에 간이대지급금이나 도산대지급금을 신청한다. 퇴직 후 1년 이내라는 기한이 있으니 미루지 않는 편이 낫다. 고의·상습 체불이 입증되면 개정법에 따라 최대 3배까지 배상을 청구할 여지도 생겼다. 진정에는 시효가 있어, 임금채권은 3년이 지나면 청구가 어려워진다는 점도 기억해 둘 만하다.
밀린 급여는 하루라도 빨리 기록으로 남기는 쪽이 유리하다. 증거가 갖춰져 있을수록 진정과 대지급금 절차가 빨라지고, 회사가 도산해도 받을 수 있는 몫이 줄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