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은 교섭 결렬 뒤 노동위원회 조정과 조합원 과반수 찬반투표를 모두 거쳐야 법적으로 가능하다. 조정전치와 찬반투표 가운데 하나라도 빠지면 절차 위법으로 불법 파업이 될 수 있다. 파업 예고 기사를 볼 때 조정 단계와 투표 통과 여부, 요구의 목적을 함께 보면 합법성을 가늠할 수 있다.
파업 예고 기사가 나오면 곧 공장이 멈출 것처럼 들리지만, 예고와 실제 돌입 사이에는 법으로 정해진 단계가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교섭이 결렬됐다고 해서 노조가 바로 일손을 놓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먼저 노동쟁의가 발생한 사실을 어느 한쪽이 상대방에게 서면으로 통보해야 한다(제45조 제1항). 임금이나 근로시간 같은 근로조건을 두고 더는 교섭으로 좁혀지지 않는 상태, 이것이 노동쟁의다. 서면 통보는 이 상태를 공식화하는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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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보 다음은 노동위원회의 조정이다. 노조법 제45조 제2항은 조정 절차를 거치지 않은 쟁의행위를 금지한다. 이를 조정전치주의라고 부른다. 조정에는 정해진 기간이 있다. 일반 사업장은 조정 신청일부터 10일, 공익사업은 15일 안에 조정을 끝내야 한다(제54조 제1항). 노사가 합의하면 일반 사업은 10일, 공익사업은 15일 범위에서 한 차례 더 늘릴 수 있다.
조정이 성립하면 분쟁은 그대로 마무리된다. 반대로 기간 안에 조정이 안 되면, 그때부터 노조가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뉴스에서 '중노위 조정 중지 결정'이라는 표현이 나오면, 파업이 법적으로 가능해진 시점이라는 뜻이다.
조정 절차와 별개로 노조 내부 절차가 하나 더 있다. 쟁의행위는 조합원의 직접·비밀·무기명 투표에서 조합원 과반수가 찬성해야 할 수 있다(제41조 제1항). 집행부 결정만으로는 안 되고, 조합원 다수의 동의를 투표로 확인해야 한다는 뜻이다. 교섭대표노조가 정해진 사업장이라면 교섭에 참여한 노조 전체 조합원을 기준으로 과반수를 센다.
투표 시점에는 법에 따로 제한이 없다. 대법원은 조정이 끝나기 전에 미리 찬반투표를 했더라도 그 자체로 절차가 위법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다. 노조가 조정 진행 중에 투표를 함께 돌리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절차를 다 밟았다고 모든 파업이 합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네 가지로 나눠 본다. 주체는 노동조합이어야 하고, 목적은 임금·근로시간 같은 근로조건의 유지·개선이어야 한다. 절차는 앞서 본 조정전치와 찬반투표를 지켜야 하고, 수단은 폭력이나 시설 파괴 없이 평화적이어야 한다.
이 가운데 가장 자주 다퉈지는 쪽은 목적이다. 요구가 사용자가 결정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거나, 경영상 결정이나 국가 정책에 반대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면 정당성이 흔들린다. 네 요건 중 하나라도 어긋나면 파업은 불법으로 평가될 수 있고, 손해배상이나 업무방해 같은 민형사 책임으로 이어진다.
다섯 가지가 모두 맞아떨어질 때 비로소 합법 파업이다. 예고 단계에서 어디쯤 와 있는지만 가늠해도 실제 멈춤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