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X 옆 기내식 공장 노동자들이 곰팡이와 구더기가 낀 식기 재사용, 유통기한 변경 지시 등 위생 실태를 폭로했다. 항공사가 케이터링을 위탁하는 간접고용 구조에서 노동자가 문제를 제기할 상대가 모호하고 보복이 두려워, 결국 노조를 통해 당국에 고소하는 방식으로 문제가 터져 나왔다. 기내식을 대부분 외주에 맡기는 한국에도 같은 구조적 취약함이 있으며, 2026년 시행된 노란봉투법이 하청 노동자의 원청 교섭권을 넓힌 것은 이런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국제공항(LAX) 옆 기내식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충격적인 실태를 폭로했다. 이 공장은 루프트한자, 에어프랑스, 일본항공(JAL), ANA, 싱가포르항공 등 15개 항공사에 기내식을 공급하는 플라잉푸드그룹(FFG)이 운영한다. 노동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한 식기세척 직원은 며칠에서 몇 주간 방치된 식기 카트를 열었다가 곰팡이와 구더기, 파리로 뒤덮인 음식을 발견했다. 그가 폐기하자고 했으나 감독자는 다음 항공편에 다시 쓰도록 세척을 지시했다고 한다. 바퀴벌레를 봤다는 직원도 여럿이었다.
문제는 위생만이 아니었다. 세척실의 극심한 더위와 습기, 부족한 손 씻기 용품, 직원에게 남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제공하는 관행까지 함께 지적됐다. 앞서 노동자들은 음식의 유통기한 표기를 바꾸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폭로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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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점은 이 문제들이 왜 오랫동안 곪아 있었는가다. 기내식 산업은 항공사가 직접 조리하지 않고 전문 케이터링 업체에 위탁하는 구조다. 즉 노동자를 실제로 고용하는 곳은 하청 성격의 케이터링 회사이고, 정작 서비스 품질을 요구하는 항공사는 노동자의 직접 고용주가 아니다. 이런 간접고용 구조에서는 노동자가 문제를 제기할 상대가 모호해진다. 눈앞의 감독자에게 이의를 제기하면 재계약이나 근무 배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크고, 실질적인 결정권을 쥔 원청 항공사에는 목소리가 닿기 어렵다.
그래서 이번 폭로는 개인이 아니라 노동조합을 통해 이뤄졌다. 노조 유나이트히어 로컬11은 8월 초 캘리포니아 산업안전보건국(Cal/OSHA)에 회사가 노동자 안전을 반복적으로 위반했다며 고소장을 냈다. 앞서 5월 Cal/OSHA는 이 회사에 '중대' 위반 4건을 포함한 6건의 시정명령과 7만4000달러의 벌금을 부과했고, 연방식품의약국(FDA)도 1월 점검에서 불결한 화장실 등을 지적했다. 회사 측은 "거짓되고 오도하는 주장"이라며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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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이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다. 한국의 기내식도 대부분 외주 구조로 운영된다. 아시아나항공이 2016년 설립한 게이트고메코리아처럼 별도 법인이나 협력업체가 조리와 운반을 맡고, 그 아래 다시 하청 인력이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19 시기 기내식 물량이 급감하자 하청 인력부터 대규모로 줄었던 사례는 이 구조의 취약함을 보여준다.
간접고용 현장에서 위생이나 안전 문제가 생겼을 때, 정작 이를 개선할 힘을 가진 원청에게 노동자의 목소리가 닿지 않는다는 점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다만 제도적 변화는 진행 중이다. 2026년 3월 시행된 이른바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도 실질적 사용자인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사용자 범위를 넓혔다. 시행 초기 열흘 남짓 만에 하청노조 453곳, 조합원 9만8000여 명이 원청 248곳에 교섭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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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X 사건의 본질은 '더러운 공장' 하나가 아니라, 문제를 아는 사람과 그것을 고칠 권한을 가진 사람이 분리돼 있는 구조다. 소비자가 먹는 기내식의 안전은 결국 그것을 만드는 노동자가 안심하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원청이 하청 노동 현장의 위생과 안전에 실질적 책임을 지는지, 노동자가 보복을 걱정하지 않고 목소리를 낼 통로가 있는지를 함께 물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