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시행된 개정 노조법(노란봉투법)은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원청도 사용자로 보아, 하청 노조가 원청에 직접 교섭을 요구할 길을 열었다. 교섭 요구는 서면 요구, 7일간 공고, 교섭 요구 노조 확정, 창구 단일화 순으로 진행되며, 원청이 공고를 미루면 노동위원회 시정을, 교섭을 거부하면 부당노동행위 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 요구 전에 원청의 지배·결정을 입증할 자료를 갖췄는지와 교섭 사항을 구체적으로 특정했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

2026년 3월 10일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법, 이른바 노란봉투법의 핵심은 '사용자'의 범위를 넓힌 데 있다. 예전에는 근로계약을 직접 맺은 상대만 교섭 상대였다. 개정법은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면 사용자로 본다.
이 문장이 하청 노동자에게 갖는 의미는 분명하다. 임금 단가나 근로시간, 인력 배치 같은 조건을 사실상 원청이 정해 왔다면, 그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법적 근거가 생긴 것이다. 다만 요구한다고 원청이 자동으로 사용자가 되는 건 아니다. 원청이 그 조건을 실제로 지배·결정하는지가 다툼의 핵심이 된다.

Hoang NC
절차는 단계가 정해져 있다. 시작은 서면 교섭 요구다. 기존 단체협약이 있으면 만료일 3개월 전부터 요구할 수 있고, 단협이 없는 상태라면 개정법 시행 이후 곧바로 요구가 가능하다.
요구를 받은 원청은 7일간 이를 공고해야 한다. 교섭을 요구한 노조의 명칭과 대표자, 요구 일자, 다른 노조가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기한을 게시판이나 사내 전산망 등에 알리는 절차다. 공고 기간이 끝나면 원청은 다음 날 교섭 요구 노조를 확정해 통지하고, 확정된 내용을 다시 5일간 공고한다. 사업장에 노조가 여럿이면 이후 14일 동안 자율적으로 교섭 대표 노조를 정하는 창구 단일화를 거친다.
| 단계 | 주체 | 기한 | 핵심 |
|---|---|---|---|
| 교섭 요구 | 하청 노조 | 시행 후/단협 만료 3개월 전 | 서면으로 요구 |
| 교섭요구 공고 | 원청 | 7일 | 노조명·대표자·기한 게시 |
| 노조 확정공고 | 원청 | 5일 | 교섭 요구 노조 확정 |
| 창구 단일화 | 노조들 | 14일 | 대표 노조 결정 |
이 절차를 다 밟아야 비로소 본교섭 테이블이 열린다. 공고 자체가 곧바로 단체협약 체결을 뜻하지는 않는다.
원청이 순순히 응하지 않는 경우가 문제다. 대응 통로도 정해져 있다.
원청이 교섭요구 공고를 하지 않거나 사실과 다르게 공고하면, 노조는 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신청할 수 있다. 노동위원회는 신청을 받은 날부터 10일 안에 결정해야 하고, 판단이 어려우면 한 차례에 한해 10일을 연장할 수 있다. 원청이 사용자성을 부인하며 공고를 미룰 때, 그 사용자성 여부를 노동위원회가 따지게 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원청이 교섭 자체를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수 있고, 노조는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 실제 흐름도 노조 쪽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9월 극동건설과 중흥토건이 낸 교섭요구 공고 집행정지 신청을 잇따라 기각했다. 법원은 공고가 사내에 교섭 요구 사실을 알리는 절차적 의무일 뿐, 그 자체로 단체협약 체결 의무가 새로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공고에 응한다고 곧장 협약이 강제되는 게 아니라는 판단이다.
교섭 요구의 성패는 준비에서 갈린다. 특히 원청의 사용자성을 뒷받침할 근거가 관건이다. 요구서를 넣기 전 다음을 점검해 두는 편이 좋다.
정리하면, 개정법은 원청을 교섭 테이블로 부를 문을 열었지만 문을 여는 것은 절차와 증거다. 어떤 조건을 원청이 실제로 쥐고 있었는지를 자료로 보여줄 수 있느냐가, 교섭 요구가 실제 교섭으로 이어지는지를 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