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협상력은 시기마다 달라, 이직은 서면 오퍼 직후, 재계약은 평가 직후가 가장 유리하다. 첫 숫자가 결과를 지배하는 앵커링 효과 탓에 사과·최후통첩 같은 표현은 손해가 되고 근거 있는 제안이 유리하다. 협상 전 성과 근거, 시장 연봉 데이터, 차선책 세 가지를 준비하면 감정이 아닌 근거로 대화할 수 있다.
같은 실력이라도 협상을 언제 시작하느냐에 따라 손에 쥐는 숫자가 달라진다. 레버리지, 즉 협상력이 시기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직이라면 가장 강한 순간은 서면 오퍼를 받은 직후, 최종 수락 전이다. 이 시점의 회사는 이미 "이 사람을 뽑겠다"고 결정한 상태다. 대체 후보를 다시 찾는 비용이 부담스러워, 웬만하면 조율에 응한다. 반대로 면접이 한창일 때 먼저 연봉을 들이미는 건 이르다. 가능하면 회사가 먼저 처우 이야기를 꺼내게 두는 편이 낫다.
재계약이라면 인사평가 직후나 큰 성과를 낸 직후, 그리고 회사가 연봉 예산을 짜는 시즌(대개 연말에서 연초)이 유리하다. 성과가 아직 사람들의 기억에 선명할 때 말을 꺼내야 근거가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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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에서 가장 강력한 힘은 '첫 숫자'다. 하버드 협상연구소(PON)는 이를 앵커링 효과로 설명한다. 처음 제시된 숫자가 이후 논의 전체를 끌어당겨, 무작위 숫자조차 최종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래서 상대가 낮은 금액을 먼저 던지면, 그 숫자에 끌려가지 않도록 분명히 거리를 둬야 한다. "그 수준과는 차이가 있다"고 선을 긋고, 근거를 갖춘 내 숫자로 되받는 식이다. 이때 상대의 낮은 숫자를 되뇌지 않는 게 좋다. 반복하는 순간 그 숫자가 기준으로 굳는다.
먼저 숫자를 제시할지는 준비 정도에 달렸다. 시장 시세를 충분히 파악했다면 근거 있는 숫자로 판을 먼저 짜는 편이 유리하다. 정보가 부족하거나 상대가 시장을 훨씬 잘 안다면, 그때는 상대가 먼저 말하게 두는 게 안전하다.
표현 하나가 협상의 온도를 바꾼다. 흔히 하는 실수와 대안을 짝지어 보면 이렇다.
핵심은 "이만큼 주세요"라는 일방적 요구 대신, "이런 성과와 시장 데이터를 보면 이 구간이 맞아 보이는데 조율이 가능하겠느냐"고 묻는 구조다.
회사가 연봉 총액에서 더는 어렵다고 할 때가 있다. 여기서 물러서기 전에 협상 대상을 넓혀 볼 수 있다.
"회사 사정은 이해한다. 그렇다면 사이닝 보너스나 교육비 지원, 성과급 조건 같은 다른 방식으로 조율이 가능하겠느냐"고 묻는 식이다. 기본급은 이후 인상률의 기준이 되니 가능하면 기본급을 올리는 게 낫지만, 그게 막혔을 때 총 보상을 끌어올리는 현실적 카드가 된다.
준비 없이 앉으면 상대의 숫자에 휘둘린다. 최소한 다음 세 가지는 손에 쥐고 들어가야 한다.
세 가지가 갖춰지면 협상은 감정 싸움이 아니라 근거를 맞춰 보는 자리가 된다. 시기를 고르고, 첫 숫자를 근거로 세우고, 말은 합의 쪽으로 여는 것. 그 순서만 지켜도 결과는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