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생산직 노조가 성과급 60%를 자사주로 주는 합의안을 25표 차이로 부결시켰지만 사무직은 통과시켰다. 자사주는 처분 제한과 주가 변동, 과세 때문에 같은 금액의 현금과 실제 가치가 다르다는 점이 표심을 갈랐다. 비슷한 제안을 받으면 처분 제한 기간, 가치 산정 시점, 현금 선택권, 세후 실수령을 따져 판단해야 한다.
SK하이닉스 노사의 임금·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이 생산직 투표에서 부결됐다. 1만5045명이 참여해 투표율 93.81%를 기록했는데, 찬성 7510명, 반대 7535명. 딱 25표 차이였다. 반면 기술사무직 노조는 약 66% 찬성으로 같은 안을 통과시켰다.
쟁점은 성과급을 어떤 형태로 받느냐였다. 노사는 영업이익의 10%를 상한 없이 현금으로 주는 초과이익분배금(PS) 제도를 10년 유지하기로 했지만, 올해 PS의 60%를 자사주로 지급하는 수정안에 잠정 합의했다. 내년 초 지급되는 2026년도분 중 주식으로 잡힌 40%는 현금으로 받을 수 있게 했다.
숫자만 보면 회사가 준다는 총액은 같다. 그런데도 절반이 넘는 생산직이 반대했다. 그 이유를 보면 자사주 성과급을 받을 때 무엇을 따져야 하는지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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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적 계기는 신뢰 문제였다. 현금으로 10년 유지하기로 한 약속을 1년 만에 자사주로 바꾼 데 대한 반발이 컸다. 조건 자체보다 '약속을 바꿨다'는 점이 표심을 흔들었다.
직군별 차이도 있다. 생산직은 인원이 많고 성과급이 생활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다. 당장 쓸 현금이 주식으로 묶이는 것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반면 사무직은 참여 규모가 900명 안팎으로 작았고, 주식 보유에 따른 상승 기대를 받아들인 비율이 높았다. 같은 안을 두고 '묶이는 돈'으로 보느냐 '오를 수 있는 자산'으로 보느냐가 갈린 셈이다.
자사주 성과급이 현금과 다른 지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처분 제한이다. 받은 즉시 다 팔 수 있는 게 아니다. 앞서 자사주 지급을 도입한 삼성전자 사례에서는 즉시 매도할 수 있는 물량이 3분의 1이고, 나머지 3분의 2는 각각 1년과 2년간 의무 보유해야 했다. 이 조건이 붙으면 받은 시점의 주가로 계산한 금액과 실제 손에 쥐는 금액이 달라진다.
둘째, 주가 변동 위험이다. 지급받은 뒤 팔 때까지 주가가 오르면 이득이지만 내리면 손실이다. 특히 보호예수가 풀리는 시점에 수만 명이 동시에 팔면 주가에 하방 압력이 생길 수 있다. 현금은 받는 순간 가치가 고정되지만, 주식은 파는 순간에야 가치가 정해진다.
셋째, 세금과 지급 근거다. 자사주도 근로소득으로 과세되며 원천징수를 거친다. 성과급이 임금으로 인정되면 자사주로 주려면 단체협약에 근거가 있어야 하고, 회사는 상법상 자기주식 처분 계획에도 이를 반영해야 한다.
회사가 성과급을 자사주로 주겠다고 하면, 총액만 보지 말고 다음을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자사주 성과급은 회사 주가가 오른다는 전제에서만 현금보다 낫다. 그 전제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때 받아들이는 것이고, 판단이 서지 않으면 현금 비중을 요구하는 것도 정당한 선택이다. SK하이닉스의 25표는 그 판단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사실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