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는 공공부문 실험으로, 벨기에는 EU 최초 법제화로 주 4일제를 도입했지만 방식과 전제가 서로 달랐다. 임금을 유지한 곳은 제도가 자리 잡았고, 임금 삭감을 조건으로 건 스페인 텔레포니카 사례는 신청 저조로 중단됐다. 한국은 주 4.5일제 시범사업 단계이므로 월급 변화보다 임금 유지·노사 합의·실질 시간 단축이라는 전제가 지켜지는지를 기준으로 봐야 한다.

주 4일제를 이미 시행한 나라들을 보면 '주 4일'이라는 결과는 같아도 도입 경로는 서로 다르다.
아이슬란드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공공부문에서 대규모 실험을 했다. 레이캬비크 시의회와 중앙정부가 약 2,500명을 대상으로 주 40시간 근무를 35~36시간으로 줄였는데, 연봉은 그대로 뒀다. 실험이 성공으로 평가받자 노동조합 협약을 통해 민간까지 확산됐다.
벨기에는 2022년 EU 국가 중 처음으로 주 4일제를 법으로 정했다. 다만 방식이 독특하다. 근로자가 원하면 주 4일 근무를 청구할 수 있게 하되, 총 근로시간은 유지한다. 하루 근무를 8시간에서 최대 9시간 30분으로 늘려 5일치를 4일에 몰아넣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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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뚜렷한 조건은 임금이다. 아이슬란드와 벨기에 모두 도입 전후로 임금 수준을 그대로 유지했다.
반대 사례가 스페인이다. 통신기업 텔레포니카는 임금을 15% 깎는 조건으로 주 4일제를 도입하려 했지만, 직원 신청이 극히 저조해 제도가 사실상 멈췄다. 근로자에게는 이것이 '시간 단축'이 아니라 '임금 손실'로 받아들여진 탓이다. 근무일을 줄이는 대신 보상을 줄이면, 제도 자체는 만들어도 사람이 쓰지 않는다.
또 하나의 갈림길은 노동시간을 실제로 줄였는지, 아니면 재배치만 했는지다.
아이슬란드형은 총 노동시간 자체를 줄이는 방식이다. 벨기에형은 총량은 그대로 두고 하루를 길게 일해 요일만 조정한다. 둘은 근로자가 체감하는 결과가 다르다. 하루가 길어지면 육아나 통근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시간을 몰아넣는 방식이 모두에게 이득은 아니다. 어느 쪽을 택하느냐가 제도의 성격을 결정한다.
| 국가 | 방식 | 임금 | 핵심 특징 |
|---|---|---|---|
| 아이슬란드 | 공공부문 실험 후 확산 | 유지 | 주 40→35~36시간 실질 단축 |
| 벨기에 | 법제화(청구권) | 유지 | 총시간 유지, 하루 최대 9.5시간 |
| 스페인(텔레포니카) | 기업 자율 | 15% 삭감 | 신청 저조로 중단 |
| 한국 | 시범사업·지원 | 유지 전제 | 주 4.5일제부터 시작 |
한국은 아직 주 4일이 아니라 주 4.5일제 단계다. 고용노동부는 2026년 주 4.5일제 도입지원 시범사업을 두고, 노사 합의로 임금 감소 없이 도입하는 기업에 노동자 1인당 연간 최대 72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실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법 제정도 추진 중이다. 경기도는 이미 106개 기업·기관을 대상으로 주 35~36시간제나 격주 4일제 중 하나를 고르는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해외 사례를 국내 논의에 대입할 때 볼 지점은 세 가지다. 임금이 유지되는가, 노사가 합의했는가, 그리고 노동시간을 실제로 줄이는가 아니면 몰아넣기만 하는가다. 이 세 전제가 갖춰지지 않으면 '주 며칠'이라는 숫자만으로는 성공을 가늠하기 어렵다. 한국의 시범사업이 임금 유지와 노사 합의를 조건으로 건 만큼, 앞으로 볼 것은 요일 수가 아니라 이 전제들이 현장에서 지켜지는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