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 노동자가 숨진 산업재해라고 해서 원청 대표이사가 자동으로 처벌되는 것은 아니며, 원청이 그 시설·장소를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했는지가 책임의 갈림길이다. 2025년 5월 법원은 안전관리체계를 갖추고 실제 작업 지휘는 하청이 맡은 사건에서 원청 대표에게 무죄, 하청 현장소장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결국 원청이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형식이 아니라 실질로 이행했는지가 처벌 여부를 정한다.

하청에서 사망 사고가 나면 원청 대표이사가 곧바로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는 조건이 붙는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고가 났다는 사실만으로 원청 대표를 벌하지 않는다. 원청의 경영책임자가 법이 정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지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 의무를 어겼는지를 따진 뒤에야 책임이 성립한다.
먼저 짚을 것은 이 법의 처벌 대상이 현장 관리자가 아니라 '경영책임자', 즉 대표이사급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논점은 언제나 '대표가 책임 주체에 들어가느냐'로 모인다.

Mak_ jp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는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진다. 도급·용역·위탁을 준 경우에는 한 걸음 더 나간다. 직접 운영하지 않더라도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시설·장비·장소'에 대해서는 의무를 지도록 정하고 있다.
관건은 '실질적 지배·운영·관리'를 어떻게 보느냐다. 법률 실무에서는 해당 시설이나 장소에 대한 소유권, 임차권 같은 사실상의 지배력이 있어 위험을 제어할 수 있는 위치인지를 본다. 원청이 특정 구역의 출입을 통제하고, 안전 수칙을 직접 지시하며, 위험 작업을 승인하는 식으로 현장을 실제로 좌우했다면 원청의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커진다. 반대로 도급을 준 뒤 작업 방식과 안전 조치를 하청이 스스로 정하고 지휘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책임 주체에 들어간다고 곧 유죄인 것도 아니다. 유죄가 되려면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했고, 그 위반과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즉 서류상 안전관리체계가 아니라, 위험을 실제로 줄이는 조치가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이 지점을 보여준 판결이 2025년 5월 16일 나왔다. 2022년 전북 군산의 하수관 정비 현장에서 하청 근로자가 지반 붕괴로 숨진 사건이었다. 법원은 원청이 위험성 평가 절차를 세우고 안전관리계획과 관리감독을 갖춘 점을 인정했다. 사고 당시 원청 현장소장은 현장에 없었고, 실제 작업 지휘는 하청이 맡고 있었다. 법원은 '작업을 지휘하고 안전조치를 강구할 의무를 가진 사업주는 하청'이라고 보고 원청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되메움 없이 흙막이 지보공을 철거하고 통제 없이 근로자를 진입시킨 하청 현장소장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원청 무죄와 하청 유죄로 책임을 나눈 판결로 주목받았다.
2026년 9월 9일 오후 인천 남항 E1터미널에서 컨테이너 하차 작업을 하던 트레일러 기사가 컨테이너 사이에 끼여 숨졌다. 인천경찰청 중대재해수사팀과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산업안전보건공단이 현장을 조사하며 이 사고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지 살피고 있다. 현재까지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숨진 노동자가 원청 소속인지 하청 소속인지, 책임 주체가 누구인지 단정할 수 없다.
앞선 기준을 이 사건에 대입하면 조사의 초점이 보인다. 하역이 이뤄진 부두와 작업 구역을 누가 실질적으로 통제했는지, 위험 작업의 절차와 안전 조치를 누가 정하고 감독했는지, 그리고 그 관리가 서류에 그쳤는지 현장에서 작동했는지다. 원청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실질적으로 갖추고 운영했다면 책임에서 비켜설 여지가 있고, 형식만 갖춘 채 위험 통제를 하청에 미뤘다면 원청 경영책임자까지 책임이 미칠 수 있다. 결론은 사고의 크기가 아니라 이 통제와 이행의 실질에서 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