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기계식 주차설비 철거 현장에서 우즈베키스탄 노동자가 약 15.7m 높이에서 추락해 숨진 사건에서, 법원은 2026년 10월 원청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원청 법인에 벌금 1억5000만원을 물렸다. 원청이 현장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면 하청에 일을 맡겼더라도 안전 책임을 지며, '공동수급'이라는 항변도 면책 사유로 인정되지 않았다. 하청 노동자는 과실 여부와 상관없이 산재를 신청할 수 있고 책임 규명은 산재보상과 별개 절차로 진행되므로, 내 현장의 지배·관리 주체가 누구인지부터 확인해두는 편이 낫다.
2024년 3월 서울 강남의 한 기업 사옥 기계식 주차설비 철거 현장에서 우즈베키스탄 국적 노동자가 약 15.7m 높이에서 추락해 숨졌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2026년 10월 원청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사회봉사 240시간을 선고했다. 원청 법인에는 벌금 1억5000만원, 하도급 법인에는 1억원이 부과됐고, 원청 사업부장과 하도급 대표도 각각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았다.
주목할 지점은 숨진 노동자가 원청 소속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그래도 책임은 원청 경영진에게 돌아갔다. 하청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이 구조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 사고가 났을 때 누가 책임을 지느냐가 보상과 재발 방지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Tito Zzzz
하청 노동자의 안전을 누가 책임지느냐는 계약서에 적힌 소속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기준은 원청이 그 현장을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했는지다. 서울시의 중대재해처벌법 안내 자료는 이를 조직·인력·예산을 총괄해 결정하고, 위험요인을 제거·통제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상태로 설명한다.
법의 역할도 둘로 나뉜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개별 사업장에서 사업주가 지켜야 할 구체적 안전조치를,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 경영책임자가 갖춰야 할 안전관리 체계를 다룬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원청 상시근로자가 5명 이상이면 하청 인원이 그보다 적어도 적용될 수 있고, 이때 하청 근로자 수는 원청 인원 산정에 포함되지 않는다.
중요한 건 책임의 방향이다. 원청이 안전관리를 하청에 '맡겼다'는 사실 자체는 면책이 되지 않는다. 쟁점은 원청이 법이 요구하는 의무를 실제로 이행했는지, 그 위반이 사고로 이어졌는지다.
강남 사건에서 원청은 숨진 노동자가 자신들의 하청 소속이 아니라 함께 공사를 맡은 공동수급 관계라고 주장했다. 책임질 하청 노동자가 아니라는 논리였다.
재판부와 수사기관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청이 비용을 줄이려고 위험한 추락 작업을 안전관리 역량이 낮은 최하위 수급업체에 넘겼고, 그 실체를 공동수급 형식으로 포장했다고 봤다. 계약서의 이름표가 아니라 누가 위험을 만들고 통제할 수 있었는지를 따진 것이다. 이 사건은 서울에서 원청 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구속기소된 첫 사례로 기록됐다.
다만 모든 사건이 같은 결론으로 가지는 않는다. 원청이 위험성 평가와 안전관리 계획을 문서로 남기고 하청을 실제로 교육한 사실이 인정돼 원청에 무죄가 선고된 사례도 있다. 판단은 현장마다 갈린다.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 공방과 별개로 산재 신청을 먼저 챙겨야 한다. 산재보험은 사업주의 과실을 따지기 전에 업무상 재해라는 사실만으로 치료비와 휴업급여를 보장한다.
첫 단계는 요양급여 신청이다. 근로복지공단 고용·산재보험 토탈서비스나 지사에서 신청할 수 있고, 치료받은 병원이 대행 접수하는 경우도 많다. 사업주의 날인이 없어도 노동자나 유족이 단독으로 신청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사망 사고라면 유족이 유족급여와 장례비를 청구한다.
주의할 것은 회사가 산재 대신 치료비를 직접 부담하겠다고 제안하는 이른바 공상처리다. 당장은 간편해 보여도 장해가 남거나 치료가 길어지면 제대로 보상받지 못할 수 있다. 산재 신청을 이유로 한 해고나 불이익 처우는 법으로 금지돼 있고, 불승인되더라도 결정을 안 날부터 90일 안에 심사청구를 할 수 있다.
산재보상을 받았다고 해서 원청·하청의 법적 책임이 정리되는 것은 아니다. 두 절차는 따로 굴러간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고용노동부가 현장을 조사해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가리고, 사안에 따라 경찰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해 검찰에 넘긴다. 강남 사건처럼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면 원청 경영책임자가 형사 피고인이 된다.
유족은 이와 별도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정리하면 산재보상, 형사책임, 민사배상이 각각 다른 트랙에서 진행된다고 보면 된다.
지금 일하는 현장에서 사고가 난다면 누가 책임을 지는 구조인지 미리 점검해두면 대응이 빨라진다.
계약서상 소속이 하청이어도, 위험을 만들고 통제하는 쪽이 원청이라면 책임의 무게는 원청으로 향한다. 강남 사건의 판결은 그 경계를 다시 확인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