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6조는 조합원에게 결산결과와 운영상황을 열람할 권리를 주고, 2024년부터 조합원 1,000명 이상 노조는 매년 4월 30일까지 회계공시시스템에 결산을 공시해야 한다. 이 공시는 조합비 세액공제와 연결돼 있어, 연말정산에서 공제가 막혔다면 내 노조가 공시 의무를 지켰는지부터 확인할 신호가 된다. 의문이 풀리지 않으면 조합원 3분의 1 이상 요구로 외부 회계감사를 청구하거나 행정관청·법원 경로를 밟을 수 있고, 언론 속 의혹과 확정된 사실은 구분해 읽어야 한다.
노조에 가입하면 매달 조합비를 낸다. 그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 조합원이 직접 확인할 수 있을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6조는 노조 대표자가 회계연도마다 결산결과와 운영상황을 공표하고, 조합원이 요구하면 이를 열람하게 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즉 열람을 요구하는 것은 권리이고, 응하는 것은 노조의 의무다.
다만 열람할 수 있는 범위에는 선이 있다. 법이 공표·열람 대상으로 정한 것은 결산결과와 운영상황이다. 조합원이 모든 회계장부와 영수증 원본까지 복사해 가져갈 권리가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도 조합원의 재정서류 열람권은 인정했지만, 장부를 복사해 외부로 가져가는 등사는 노조 재정 자료가 조합원 아닌 사람에게 유출돼 자주적 운영을 해칠 수 있다며 제한될 수 있다고 봤다. 열람과 복사는 다르다는 점을 먼저 알아두는 편이 낫다.
Photo by Towfiqu barbhuiya on Unsplash
2024년부터는 열람을 요구하기 전에 공개된 자료로 먼저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생겼다. 조합원 1,000명 이상인 노동조합과 산하조직, 상급단체는 매년 4월 30일까지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노동조합 회계공시시스템에 직전 회계연도 결산결과를 올려야 한다. 누구나 들어가 수입과 지출의 큰 그림을 볼 수 있다.
이 공시는 세금과도 연결돼 있다. 공시 대상 노조가 결산결과를 공시하지 않으면 그 조합원은 조합비 세액공제를 받지 못한다. 2024년에 내는 조합비부터 적용됐다. 연말정산에서 조합비 공제가 되는지는, 내 노조가 공시 의무를 지켰는지 보여주는 간접 신호이기도 하다. 공제가 막혔다면 공시 여부부터 확인해 볼 만하다.
공시 자료나 공표된 결산만으로 의문이 풀리지 않을 때는 단계가 있다.
첫째, 대표자에게 결산결과와 운영상황 열람을 공식적으로 요구한다. 구두보다 서면이나 공식 채널로 남기는 편이 이후 절차에서 근거가 된다.
둘째, 한 사람의 요구로 부족하면 회계감사를 요청한다. 노조법은 조합원 또는 대의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공인회계사나 회계법인이 회계감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내부 회계감사원이 아닌 외부 전문가의 감사를 끌어낼 수 있는 조항이다.
셋째, 그래도 막히면 외부로 간다. 노조는 행정관청이 요구하면 결산결과와 운영상황을 보고해야 하므로,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상황을 알릴 수 있다. 열람 요구 자체를 거부당했다면 법원에 열람을 청구하는 소송도 가능하다. 실제로 재정서류 열람을 허가하라는 판결이 확정된 사례가 있다.
노조 회계가 국정감사나 언론에서 다뤄질 때, 거론되는 내용이 전부 확정된 비리는 아니다. 성과급 합의나 교섭 내용처럼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한 사안을 두고 '문제'라고 부르는 경우와, 회계 부정이 감사·수사로 확인된 경우는 전혀 다른 층위다.
읽을 때 기준은 단순하다. 공시 자료나 감사 결과, 판결처럼 검증을 거친 것은 사실로 받아들이고, '의혹이 제기됐다' '~로 알려졌다' 수준은 아직 확인 전 단계로 분리해 둔다. 조합원이라면 외부 보도를 판단 근거로 삼기 전에, 내 노조의 공시 자료와 공표된 결산을 먼저 열어 보는 것이 순서다. 확인할 수 있는 권리가 이미 법에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