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로 쓰러졌던 총무팀 직원이 12주 경과 관찰이 필요한 몸을 회사의 조기 복직 요구로 10주 만에 이끌고 복귀했다가 숨졌고, 서울행정법원은 근로복지공단의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고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법원은 회복이 끝나지 않은 상태의 떠밀린 복직과, 의학적 증명이 완벽하지 않아도 인정하는 규범적 상당인과관계를 근거로 삼았다. 비슷한 상황이라면 복직 시점의 의료 소견과 복직 압박·업무 강도 기록을 확보하고, 부지급 시 90일 안에 심사청구나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있다.

한 회사 총무팀 직원 A씨는 2021년 11월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던 중 뇌출혈로 쓰러졌다. 퇴원 뒤에도 혼자 걷기 어려웠고 한쪽 눈 시력은 절반만 돌아온 상태였다. 의료진은 12주가량 더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봤다.
그런데 회사는 "퇴사자가 생겨 결산 업무를 맡을 사람이 없다"며 복직을 거듭 요청했다. A씨는 거절했지만 결국 퇴원 약 10주 만인 2022년 2월 일터로 돌아왔다. 결산만 맡기로 했던 것과 달리 총무팀 업무 전반을 담당했고, 업무 관련 질책도 받았다. "머리가 깨질 듯 아파 타이레놀을 세 알 먹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후 궤양성 대장염 악화로 재입원한 뒤에도 노트북으로 업무를 처리했고, 그해 9월 자발성 뇌내출혈로 숨졌다.

Valentin Angel Fernandez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와 사망 사이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주지 않았다. 유족은 소송을 냈고,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는 이를 뒤집어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법원 판단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복직 시점이다. 재판부는 "12주간 경과 관찰이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회사의 요청에 따라 10주 만에 복직할 수밖에 없었다"고 봤다. 회복이 끝나지 않은 몸으로, 인력 공백을 메우려는 회사 요구에 떠밀린 복직이었다는 점을 짚은 것이다.
둘째, 인과관계를 보는 방식이다. 재판부는 업무 스트레스가 기존 뇌출혈과 궤양성 대장염을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악화"시켰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의학적·자연과학적 인과관계가 명백히 증명되지 않더라도 규범적 관점에서는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과로·스트레스성 질환 산재에서 자주 등장하는 규범적 인과관계 법리로, 의학적 증명이 완벽하지 않아도 업무와의 연관을 폭넓게 본다는 뜻이다.
이 판결이 던지는 실무 포인트는 분명하다. 회복이 덜 된 상태에서의 복직 압박과 그 뒤의 악화는 산재로 다퉈볼 수 있다. 다만 인정받으려면 근거가 필요하다.
핵심은 두 가지 기록이다. 하나는 복직 시점의 건강 상태와 필요한 요양 기간을 적은 의료 소견이다. '아직 몇 주가 더 필요했다'는 사실이 이번 판결에서 결정적이었다. 다른 하나는 복직을 요구·압박한 정황과 실제 업무 강도다. 인력 충원 없이 업무가 몰렸다는 점, 요청받은 것보다 넓은 일을 했다는 점이 회사 책임을 보여준다. 관련 문자와 업무 지시, 근무 기록, 초과근무 흔적을 미리 남겨두는 편이 좋다. 당사자가 이미 사망한 유족 청구에서는 이런 기록이 더 중요해진다.
절차도 알아둘 만하다. 산재는 먼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등을 청구한다. 부지급 처분을 받으면 처분을 안 날부터 90일 안에 공단에 심사청구를, 그 결과에도 불복하면 다시 90일 안에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청구를 할 수 있다. 이 단계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어서, 처분 뒤 90일 안에 곧바로 행정소송을 내는 것도 가능하다. 이번 사건처럼 공단이 거부해도 법원에서 뒤집히는 경우가 있으니, 부지급 통보가 끝이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