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근로계약서, 문자 인증만으론 부족하다
전자근로계약서도 근로기준법 제17조의 서면으로 인정돼 종이 계약과 같은 효력을 갖지만, 위변조 방지와 전자서명 같은 유효 요건을 갖춰야 한다. 특히 행정해석은 휴대전화 인증번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보며, 계약서가 내 이메일 등으로 실제 교부돼야 서면 교부 의무가 성립한다. 분쟁 시에는 효력보다 증명이 관건이므로, 서명 전에 필수 명시사항과 서명 방식, 본인 보관 여부를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

전자근로계약서도 '서면'으로 인정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전자로 맺은 근로계약도 종이 계약과 똑같이 유효하다. 근로기준법 제17조는 사용자가 임금, 소정근로시간, 휴일, 연차유급휴가 같은 근로조건을 명시해 서면으로 교부하도록 정하는데,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은 이 '서면'에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상 전자문서가 포함된다고 본다.
전자서명 자체의 효력도 마찬가지다. 전자서명법은 전자적 형태라는 이유만으로 서명이나 기명날인의 효력을 부인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즉 화면에서 서명했다는 사실만으로 계약이 약해지지는 않는다.
문제는 효력이 아니라 '어떻게' 맺었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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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전자근로계약이면 무엇이든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행정해석은 유효하려면 몇 가지 요건을 갖추라고 본다.
- 양 당사자의 의사가 합치했다는 점이 명확할 것
- 당사자 서명을 포함하거나 전자서명법에 따른 전자서명을 사용할 것
- 최종 서명 뒤에는 어느 한쪽이 임의로 고칠 수 없도록 가급적 읽기전용으로 저장할 것
- 서명 이후 내용이 바뀌면 상대가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장치가 있을 것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행정해석은 휴대전화 인증번호를 입력하는 방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본다. 문자 인증에 더해 전자서명 같은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회사가 "문자로 인증했으니 계약 완료"라고만 한다면 요건을 온전히 갖췄는지 따져볼 여지가 있다.
교부는 내 손에 들어와야 성립한다
서면 교부 의무는 '작성'이 아니라 '교부'까지다. 전자근로계약서는 근로자가 받을 정보처리시스템, 예컨대 이메일 주소를 지정하고 사용자가 그곳으로 계약서를 보낸 때 교부한 것으로 인정된다.
바꿔 말하면 회사 시스템에 계약서가 저장돼 있기만 하고 근로자에게 실제로 전달되지 않았다면, 교부 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 내 이메일이나 계정으로 사본이 들어왔는지가 실무에서 중요한 이유다.
분쟁이 나면 효력보다 '증명'이 갈린다
종이 계약과 전자 계약의 진짜 차이는 효력이 아니라 분쟁 시 증명 단계에서 드러난다. 요건을 갖춘 전자계약은 오히려 유리한 면도 있다. 서명 시각, 열람 이력 같은 기록이 남아 언제 누가 어떤 내용에 동의했는지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캡처 이미지나 문자 인증만 남은 허술한 방식은 위변조 다툼에 취약하다. 서명한 뒤 내용이 바뀌지 않았는지, 그 계약서가 정말 내가 동의한 그 문서인지를 두고 공방이 벌어질 수 있다. 잘 갖춘 전자계약이냐 아니냐가 결과를 가른다.
받았을 때 이것만은 확인하자
전자근로계약서를 받았다면 서명 전에 다음을 스스로 점검하는 편이 낫다.
- 임금의 구성·계산·지급방법, 소정근로시간, 휴일, 연차 같은 필수 항목이 빠짐없이 적혀 있는가
- 단순 문자 인증에 그치지 않고 전자서명이 제대로 이뤄지는가
- 서명 후에는 내용을 수정할 수 없는 형태(읽기전용 문서 등)인가
- 계약서 사본을 내 이메일이나 계정으로 받아 직접 내려받고 보관할 수 있는가
전자근로계약서는 편리하지만, 편리함이 곧 안전을 뜻하지는 않는다. 효력이 있느냐를 걱정하기보다, 나중에 다툼이 생겼을 때 내 손에 증거가 남는 방식으로 맺어졌는지를 확인해 두는 편이 실속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