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에서 성과급 불만을 계기로 생산직과 사무직을 아우르는 통합노조 준비 모임이 사흘 만에 3500명 넘게 모여 8일 설립신고서를 냈다. 사측이 성과급 일부를 자사주로 지급하고 매도를 제한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이 반발의 불씨가 됐다. 다만 복수노조 사업장이라 교섭대표 지위를 확보해야 실제 협상력이 생기는 만큼, 출범과 교섭권 확보가 앞으로 지켜볼 쟁점이다.

SK하이닉스에서 생산직과 기술·사무직을 아우르는 '통합노조' 설립 움직임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지난 5일 준비 모임이 열린 지 사흘 만에 전체 임직원 약 3만 5000명의 10%에 해당하는 3500명 이상이 모였다. 준비위는 8일 노조 설립신고서를 제출했고, 이르면 다음 주 정식 출범을 내다보고 있다. 여기까지는 여러 매체를 통해 대체로 확인된 사실이다.

Andrey Matveev
발단은 초과이익분배금(PS)이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하는 PS의 상한을 없애고 이 체계를 10년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PS의 80%는 그해 현금으로, 나머지 20%는 2년에 걸쳐 나눠 주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올해 교섭에서 사측이 성과급 일부를 자사주로 지급하고 일정 기간 팔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반발이 터졌다. 주가에 따라 실제 손에 쥐는 보상이 달라지는 데다, 지난해 합의한 체계를 다시 교섭 테이블에 올렸다는 불만이 겹쳤다. 여기에 교섭 내용이 투명하게 공유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결집을 키웠다.

Yan Krukau
노조 결성이 낯선 직군이라면 절차부터 알아두면 좋다. 헌법과 노동조합법은 근로자가 자유롭게 노조를 만들고 가입할 수 있도록 보장하며, 근로자 2명 이상이면 노조를 설립할 수 있다. 다만 설립신고를 마쳐야 법적 지위를 온전히 갖는다.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해 행동하는 관리자급은 가입이 제한된다. 설립신고서를 관할 행정관청에 내면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신고증을 받고, 이때부터 단체교섭과 단체행동 등 노조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가입은 대체로 조합에 신청서를 내는 방식으로 이뤄지며, 이번처럼 온라인 모임을 통해 빠르게 조합원을 모으는 사례도 늘고 있다. 노조 가입이나 활동을 이유로 회사가 불이익을 주는 것은 부당노동행위로 법이 금지하고 있다.

Nuray
노조를 세웠다고 곧바로 회사와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은 아니다. SK하이닉스에는 이미 민주노총 산하 기술사무직 노조와 한국노총 소속 전임직 노조가 있어 복수노조 사업장이다. 이런 곳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교섭대표 노조를 정해야 하고, 자율적으로 정하지 못하면 과반수 노조가 교섭권을 갖는다. 따라서 통합노조가 실제 협상력을 가지려면 조합원을 얼마나 더 늘려 교섭대표 지위를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지금 진행 중인 교섭에 바로 낄 수 있을지, 아니면 다음 교섭부터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쟁점이다.
이직이나 노조 참여를 고민하는 종사자라면, 이번 사안을 '성과급 총액'보다 '지급 방식'을 둘러싼 갈등으로 읽는 편이 정확하다. 현금이냐 자사주냐, 한 번에 받느냐 이연·매도 제한이 붙느냐에 따라 실질 보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통합노조의 출범 여부, 교섭대표 지위 확보, 사측의 성과급안 조정 이 세 가지가 앞으로 몇 주간의 관전 포인트다. 확정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회사 공식 공지와 교섭 경과를 함께 확인하며 판단하는 것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