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로 인한 사망과 직장 내 괴롭힘·폭언에 따른 자살도 산업재해로 인정될 수 있고, 괴롭힘으로 숨진 근로자의 산재 신청 29건 중 16건이 인정된 바 있다. 근무시간은 판단의 중요한 뼈대지만 절대적 기준은 아니며, 핵심은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시간순 기록으로 입증하는 것이다. 유족급여 청구권 시효는 사망 다음 날부터 5년이므로 신청 가능 시점부터 확인해야 한다.
가족이 과로나 직장 내 괴롭힘 끝에 세상을 떠났다면, 그 죽음은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다. 과로로 인한 뇌·심장질환 사망은 오래전부터 산재 대상이었고, 2019년부터는 직장 내 괴롭힘과 고객의 폭언 등으로 생긴 정신질환도 업무상 질병으로 법에 명시됐다.
실제로 늘고 있다. 괴롭힘 관련 정신질환 산재 신청은 2019년 25건에서 2023년 262건으로 늘었고, 승인율은 해마다 60~80% 수준이다. 괴롭힘으로 숨진 근로자의 산재 신청 29건 중 16건이 인정됐다는 집계도 있다. 인정이 쉽다는 뜻은 아니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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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사, 즉 업무로 인한 뇌혈관·심장질환은 근무시간이 1차 기준이다. 고용노동부 고시는 발병 전 12주 동안 주당 평균 60시간, 또는 발병 전 4주 동안 주당 평균 64시간 이상 일했다면 업무와 질병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본다. 12주 평균이 주 52시간을 넘으면 관련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평가한다.
다만 시간이 전부는 아니다. 대법원은 업무시간이 절대적 기준은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다. 교대근무나 야간근무, 큰 책임이 따르는 정신적 긴장처럼 일의 '질'에서 오는 부담도 함께 따진다. 평소보다 업무가 급격히 늘었는지도 중요한 변수다.
정신질환은 결이 다르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는 직장 내 괴롭힘이나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된 질병을 업무상 질병으로 규정한다. 적응장애나 우울증 같은 진단이 있고, 그것이 업무 수행에 영향을 줄 정도이며, 실제 괴롭힘 행위가 있었다면 인정 가능성이 열린다.
여기서 중요한 판단 원칙이 있다. 법원은 '평균적인 사람'이 아니라 바로 그 근로자의 건강 상태를 기준으로 본다. 다른 동료는 같은 상황을 버텼다는 사정만으로 인과관계를 부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회사 내부 조사에서 '괴롭힘이 아니다'라는 결론이 났더라도, 그 결과가 근로복지공단의 인정 여부를 자동으로 결정하지는 않는다. 의학적으로 100% 확실한 인과관계까지 요구되는 것도 아니고, 여러 정황을 종합해 상당한 인과관계가 추단되면 된다.
절차 자체는 복잡하지 않다.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근로복지공단에 청구하는 데서 시작한다. 정신질환 사건은 통상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승인 여부가 결정된다. 공단은 사업장 조사와 관계자 면담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한다.
시효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유족급여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5년이고, 사망한 날의 다음 날부터 기산한다. 과거엔 3년이었다가 2018년 말 개정으로 5년이 됐다. 만약 공단이 인정하지 않으면 그대로 끝나는 게 아니다. 결정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심사청구를 할 수 있고, 그 결과에도 불복하면 재심사청구와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있다.
산재에서 증명 책임은 유족 쪽에 있다. 그래서 '언제, 어떤 일이, 얼마나' 있었는지를 시간순으로 맞추는 작업이 사실상 승패를 가른다. 과로라면 근무시간이 실제로 많았다는 기록이, 괴롭힘이라면 괴롭힘의 흐름과 증상 악화 시점이 겹친다는 점이 핵심이다.
다음 자료를 확보해두면 좋다.
자료가 흩어져 있고 시효가 다가온다면, 혼자 정리하기 전에 산재를 다뤄본 노무사나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편이 안전하다. 정신질환 진단은 종합병원급 이상 정신과의 기록일 때 더 무게가 실린다. 당장 무엇부터 할지 정하기 어렵다면, 먼저 시효를 확인하고 흩어진 기록을 모으는 일부터 시작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