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노조 파업 찬반투표 가결은 쟁의행위 요건 하나를 채운 것일 뿐, 노동위원회 조정 절차를 거쳐야 합법 파업이 가능하다. 버스는 공익사업이라 조정기간이 15일이며, 이 기간에 노사가 조정안을 받아들이면 파업 없이 끝나고 결렬돼야 파업에 들어간다. 가결 뉴스를 봤다면 조정 신청 여부와 조정기간 경과, 조정 결렬 여부를 순서대로 확인하면 실제 파업 임박도를 가늠할 수 있다.
버스노조가 파업 찬반투표에서 가결됐다는 소식이 나오면 당장 버스가 멈추는 것처럼 들린다. 실제로는 한 단계를 통과한 것에 가깝다.
노동조합법 제41조는 쟁의행위를 하려면 조합원의 직접·비밀·무기명 투표에서 과반수가 찬성해야 한다고 정한다. 가결은 이 요건을 채웠다는 뜻이다. 파업을 할 수 있는 자격은 갖췄지만, 아직 합법적으로 파업에 들어갈 수 있는 상태는 아니다.

Werner Pfennig
우리 노동법은 조정전치주의를 택하고 있다. 노동조합법 제45조에 따라, 노동위원회의 조정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 이 절차를 생략하고 파업하면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절차는 노사 어느 한쪽이 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제53조는 신청이 들어오면 노동위원회가 지체 없이 조정을 개시하도록 하고 있다. 즉 가결 다음에 실제로 확인해야 할 신호는 "조정을 신청했는가"다.
조정기간은 사업 종류에 따라 다르다. 제54조는 조정을 일반사업은 신청일부터 10일, 공익사업은 15일 이내에 끝내도록 정한다.
버스가 어디에 속하는지가 여기서 갈린다. 제71조는 정기노선 여객운수사업을 공익사업으로 분류한다. 시내·시외버스가 여기 해당하므로 버스노조 조정에는 15일이 적용된다. 이 기간은 노사가 합의하면 다시 15일 이내에서 연장할 수 있다. 조정위원회는 이 기간 안에 양측 주장을 듣고 조정안을 제시한다.
조정의 결과는 두 갈래다. 노사가 모두 조정안을 수락하면 조정이 성립하고, 이때 작성된 조정서는 단체협약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제61조 제2항). 파업 없이 마무리되는 경우다.
한쪽이라도 조정안을 거부하면 조정은 결렬된다. 그때 비로소 노동조합은 앞서 가결해 둔 쟁의행위, 즉 파업에 합법적으로 들어갈 수 있다. 뉴스에서 "조정 결렬"이라는 표현이 나오는 순간이 사실상 파업 가능 시점의 신호다.
같은 파업이라도 버스와 철도는 결이 다르다. 철도·도시철도는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돼 있어, 파업 중에도 최소한의 운행을 유지하는 필수유지업무 의무가 있다.
버스는 공익사업이지만 필수공익사업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법이 필수공익사업으로 열거한 것은 철도, 도시철도, 항공운수, 수도·전기·가스, 병원, 통신 등이고 노선버스는 여기 없다. 법원도 시내버스 운행은 필수공익사업이 아니라고 봤다. 그래서 버스는 파업에 들어가면 운행을 전면 중단할 수 있다. 버스 파업 예고가 철도보다 체감 위협이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파업 가결 보도를 접했을 때는 다음 순서로 짚어보면 실제 파업 임박도를 가늠할 수 있다.
가결에서 조정 결렬까지는 최소 2주가량의 시간표가 존재한다. 그 사이 협상이 타결되는 경우도 많다. 가결 소식만으로 내일 버스가 끊긴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