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주4일제를 꺼리는 핵심 근거는 인건비 부담, 업종 특성, 생산성 입증 부족 세 가지다. 영국과 아이슬란드의 시범 사례는 근무시간만 줄인 게 아니라 업무 방식을 다시 짜서 이 우려에 답했다. 내 회사에 적용될지 가늠하려면 업종과 임금 보전 방식, 시간 단축을 무엇으로 메우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주4일제 이야기가 나오면 사측이 드는 반대 근거는 대체로 세 갈래다.
첫째는 인건비다. 근무시간을 줄이면서 임금을 유지하려면, 줄어든 시간만큼 생산성이 오르지 않는 한 시간당 인건비가 오른다. 자유기업원 분석에 따르면 이 부담은 규모가 작을수록 크다. 근무시간 단축을 가정한 분석에서 중소·중견기업의 총자산이익률은 1.5%포인트 떨어져 대기업(0.4%포인트 하락)보다 낙폭이 컸다.
둘째는 업종이다. 제조업, 물류, 돌봄처럼 현장 출근과 대면이 필수인 곳은 하루의 공백이 곧 생산과 서비스의 중단으로 이어진다. 빈자리를 메우려면 교대 인력을 더 뽑아야 하는데, 이 비용이 중소기업엔 감당하기 어렵다.
셋째는 근거 부족이다. 시간을 줄여도 성과가 유지된다는 실증이 충분치 않은데 제도부터 논의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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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시범 사례가 주목받는 건 이 우려에 실제 데이터로 답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2022년 61개 기업이 6개월간 주4일제를 시험했는데, 종료 후 약 92%가 제도를 유지하기로 했다. 우려와 달리 생산성은 떨어지지 않았고 직원 이직은 줄었다.
아이슬란드는 더 길게 봤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공공부문에서 주 40시간을 35~36시간으로 줄이되 연봉은 그대로 뒀다. 이 기간 노동생산성 성장률은 1.7%에서 3.8%로 오히려 올랐고, 지금은 아이슬란드 노동자의 약 85%가 단축 근무를 적용받는다.
핵심은 '그냥 하루를 뺀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성공한 곳들은 불필요한 회의를 줄이고 업무 흐름을 다시 짜서, 줄어든 시간 안에 같은 성과를 내도록 설계했다. 시간만 줄이고 일하는 방식을 그대로 두면 남은 나흘에 업무가 몰려 압박이 커진다는 게 국내 도입 기업들의 공통된 지적이기도 하다.
한국은 주4일제보다 한 단계 앞선 주4.5일제 쪽으로 먼저 움직이고 있다. 정부가 2026년 처음 도입한 '워라밸+4.5' 프로젝트에는 상반기에만 191개 사가 참여해 연간 목표의 86.8%를 채웠다.
방식은 임금을 깎지 않고 노동시간만 줄이는 노사 합의다. 정부는 시간을 단축한 노동자 1인당 월 최대 60만원, 신규 채용 시 월 최대 80만원을 장려금으로 지원한다. 참여 기업의 66%가 50인 미만 사업장이고 제조업 비중이 가장 높다는 점은, 대면 업종과 중소기업도 조건만 맞으면 시도한다는 신호다. 포스코는 격주로 주4일형 선택근로를 운영하고, 카카오와 일부 IT 기업은 주4.5일을 이미 시행 중이다.
뉴스 속 사례가 내 직장에도 통할지는 몇 가지 질문으로 가늠할 수 있다.
우리 업종이 대면·현장 필수형인가, 아니면 성과로 일하는 형인가. 후자일수록 도입 문턱이 낮다. 시간 단축을 무엇으로 메우는가. 회의 축소와 업무 재설계가 함께 오는지, 아니면 같은 일을 나흘에 밀어 넣는 방식인지 확인해야 한다. 임금은 어떻게 되는가. 삭감 없는 단축인지, 급여를 줄이는 형태인지에 따라 체감이 완전히 다르다.
마지막으로 전면 도입인지 시범 운영인지 본다. 성공한 해외 사례도 대부분 몇 달간의 시범으로 시작해 데이터를 쌓은 뒤 정착했다. 회사가 작은 부서부터 시험하고 있다면, 그 결과가 확대 여부를 가르는 근거가 된다. 반대 논리가 사라진 건 아니지만, 그 논리에 어떻게 답하느냐에서 도입 가능성이 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