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노사는 임금 6.3% 인상과 성과급의 60%를 자사주로 주는 방식에 잠정 합의했고, 성과급 재원은 영업이익의 10%다. 이 구조는 이익이 크게 출렁이는 반도체 호황과 상장주식이라는 조건 위에서 성립하므로, 이익 변동이 작거나 주가·상장 여건이 다른 업종에 그대로 옮기기는 어렵다. 자사주 비중을 요구안에 넣으려면 회사의 상장·자사주 여력, 주가 하방 위험, 매도 제한, 세금 낼 현금 확보 방식을 먼저 따져야 한다.

2026년 8월 20일 SK하이닉스 노사는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내놨다. 핵심은 두 가지다. 임금을 6.3% 올리고, 초과이익분배금(PS) 성과급을 현금 40%와 자사주 60%로 나눠 지급한다. 자사주 60% 가운데 40%는 받은 뒤 팔 수 있고, 20%는 시차를 두고 나눠 주는 이연분이다.
재원도 명시했다. 성과급 재원을 영업이익의 10%로 두고 상한을 없앤 뒤 이 체계를 10년간 유지하기로 했다. 이익이 많이 나면 성과급도 그만큼 커지는 구조다. 실제로 1인당 평균 성과급은 약 7억원으로 추산됐는데, 이 가운데 4억원 이상이 자사주다.

Mikhail Nilov
이 합의를 부러워하기 전에, 이 구조가 어떤 조건 위에 서 있는지 봐야 한다.
먼저 재원이다. PS는 말 그대로 '초과이익'을 나누는 돈이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영업이익만 60조원, 영업이익률 76%를 낸 반도체 호황의 한복판에 있다. 이익이 얇거나 해마다 크게 흔들리지 않는 업종은 애초에 나눌 초과이익 자체가 다르다. 같은 비율 공식을 그대로 쓰면 어떤 해는 성과급이 사실상 0이 될 수도 있다.
두 번째는 주식이다. 자사주 지급이 직원에게 매력적이려면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와, 원할 때 팔 수 있는 유동성이 있어야 한다. 상장사가 아니거나 거래량이 얇고 주가가 정체된 회사라면 자사주는 보상이 아니라 팔기 어려운 위험 자산이 된다.
자사주 성과급에는 두 가지 함정이 숨어 있다.
하나는 세금이다. 자사주로 받아도 성과급은 근로소득이라, 받는 날 종가를 기준으로 세금이 매겨진다. 그 세금은 주식이 아니라 현금으로 내야 한다. 현금 병행 비율이 낮으면 직원이 세금 낼 돈부터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다른 하나는 하방이다. 임금의 일부를 주식으로 받는다는 건 그만큼을 회사 주가에 연동시킨다는 뜻이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고용 불안과 주가 하락, 성과급 감소가 동시에 온다. 보상을 다양화하는 게 아니라 위험을 한곳에 몰 수도 있다.
자사주 비중을 요구안에 담기로 했다면, 아래를 먼저 확인해두는 편이 협상에서 유리하다.
정리하면, 회사가 상장사이고 이익이 꾸준하며 세금 낼 현금을 함께 받을 수 있는 조건이라면 자사주 비중은 검토할 만하다. 그렇지 않다면 화제성만 보고 같은 비율을 요구하기보다, 현금 성과급과 임금 인상률을 먼저 챙기는 편이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