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교섭 상대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시행 넉 달 만에 하청노조 1168곳이 원청 441곳에 교섭을 요구했다. 다만 원청을 사용자로 볼 '실질적 지배력'의 기준이 아직 모호해 노동위 판단이 엇갈리고, 하위법령으로 이를 정하는 문제는 위헌 논란까지 얽혀 있다. 하청 노동자라면 법이 바뀐 것과 결과가 확정된 것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법 2조와 3조를 고친 법이다. 하청 노동자에게 가장 큰 변화는 2조다. 이전에는 근로계약을 직접 맺은 회사만 '사용자'로 보고 그 회사와만 교섭할 수 있었다. 개정 뒤에는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어도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위치에 있으면 사용자로 인정한다.
쉽게 말해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업무 배치, 임금 수준, 근로시간 등을 사실상 좌우하고 있다면,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이 법은 2025년 국회를 통과해 2026년 3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Natalia S
제도가 종이 위에만 있는 건 아니다. 시행 약 넉 달 동안, 그러니까 7월 초까지 하청노조 1168곳이 원청 기업 441곳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원청과의 교섭이라는 문 자체는 분명히 열렸다.
상징적인 사례도 나왔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5월 SPC GFS 사건에서 임금 분야에 대해 원청의 사용자성을 처음 인정했다. 원청이 도급 단가와 기준을 통해 하청 노동자의 보수를 사실상 결정한다면 임금도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하청 노동자 입장에서는 의미 있는 진전이다.
문제는 어디까지가 '실질적 지배력'이냐다. 법은 개념을 열어뒀을 뿐, 구체적인 선은 그리지 않았다. 그래서 같은 듯 다른 사건에서 판단이 엇갈린다.
실제로 노동위원회의 교섭단위 분리 신청은 40%가 인정되고 60%는 기각됐다. 반면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은 데 대한 시정 신청에서는 87% 넘게 원청의 사용자성이 폭넓게 인정됐다. 결과가 사안마다 다르고, 많은 기업이 아직 노동위 판단을 기다리는 단계에 있다. 판정에 불복해 소송으로 가는 사례도 이미 나왔다.
여기서 하위법령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8월 11일 국무회의에서 고용노동부에 쟁의 대상인지 아닌지를 사례까지 들어 명확히 규정하라고 지시했다. 공장 신설 반대 같은 경영상 결정은 쟁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라는 취지였다. 대통령은 "해석은 의견일 뿐"이라며, 시행령·부령으로 세부 사항을 정하는 것은 헌법이 정한 행정부의 권한이라고 강조했다.
반론도 있다. 국회가 만든 법률의 교섭 대상을 시행령으로 좁히는 것은 행정부가 입법을 재단하는 셈이라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즉 하위법령이 하청 노동자에게 유리하게 기준을 넓힐지, 반대로 범위를 좁힐지, 그리고 그런 시행령이 법적으로 버틸 수 있을지 자체가 아직 다툼의 영역이다.
정리하면 방향은 하청 노동자에게 열렸지만, 결과는 확정되지 않았다. 지금 시점에서 성급하게 '이제 원청과 무조건 교섭된다'고 기대하기는 이르다.
현실적인 판단 기준은 세 가지다. 첫째, 핵심은 원청이 내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좌우한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보일 수 있느냐다. 막연히 원청 소속이라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 둘째, 임금·안전처럼 의제를 특정할수록 사용자성이 인정될 여지가 커진다. 셋째, 하위법령과 대법원 판례가 정리되기 전까지는 노동위와 법원의 판단이 엇갈릴 수 있으니, 개별 사건 결과를 일반화하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지금은 권리가 생긴 초기이지 기준이 굳은 단계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