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특수고용 노동자의 원청 교섭권을 넓힌 노란봉투법(개정 노조법)이 2026년 3월 시행된 지 반년이 지났지만, 교섭 요구를 받은 원청 456곳 중 실제 교섭까지 간 곳은 22.4%에 그쳤다. 법이 '사용자'를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원청까지 넓혔어도, 상당수 원청이 사용자성을 부인하며 공고를 미루거나 행정소송으로 다투는 게 현실이다. 교섭을 요구하려면 원청의 '구조적 통제'를 입증할 도급계약서·작업지시·인건비 산정 자료를 미리 모으고, 원청이 응하지 않으면 노동위원회 시정신청과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활용할 수 있다.

개정 노동조합법,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2026년 3월 10일 시행된 지 반년이 지났다. 하청·특수고용 노동자가 원청에 직접 교섭을 요구할 길이 열렸지만, 실제로 교섭 테이블이 차려진 사례는 많지 않다. 시행 반년을 집계해 보니 교섭 요구를 받은 원청 456곳 가운데 실제 교섭이 진행된 곳은 102곳, 22.4%에 그쳤다. 다섯 곳 중 한 곳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이유는 대체로 하나로 모인다. 원청이 "우리는 사용자가 아니다"라며 다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하청 노동자가 교섭을 요구하려면 무엇을 확인하고, 원청이 응하지 않을 때 어떤 절차를 밟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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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노조법 제2조의 '사용자' 정의가 넓어졌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근로계약을 직접 맺은 상대만 교섭 상대가 됐다. 개정법은 근로계약의 당사자가 아니어도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사용자에 포함시켰다. 하청 노동자의 임금이나 근무 방식을 사실상 원청이 정하고 있다면, 그 원청도 교섭에 응할 의무가 생긴다는 뜻이다.
고용노동부 해석지침은 그 판단 기준을 "근로조건의 지배·결정에 대한 구조적 통제"로 제시했다. 개별 노동자에게 일일이 지시하는 수준이 아니어도, 노동자 집단 전체에 적용되는 규칙이나 시스템을 원청이 통제하면 사용자성이 인정될 수 있다. 파견 관계보다는 완화된 요건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다만 어디까지가 '구조적 통제'인지는 사안마다 다투어지는 지점이라, 인정 여부가 자동으로 정해지지는 않는다.
절차 자체는 기존 단체교섭과 같다. 노동조합이 원청에 교섭을 요구하면, 요구를 받은 사용자는 7일간 그 사실을 사업장에 공고해 다른 노조와 노동자가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이 공고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의 출발점이다.
문제는 원청이 사용자성을 부인하며 이 공고 자체를 하지 않는 경우다. 실제로 시행 반년간 교섭 요구를 받은 원청 456곳 중 공고를 한 곳은 149곳, 32.7%뿐이었다. 이때 노조는 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신청할 수 있다. 정당한 이유 없이 단체교섭을 거부하거나 미루는 것은 부당노동행위여서,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는 길도 있다.
다만 시간이 걸린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원청의 사용자성을 판단해야 하는 사건은 노동위원회 결정기간이 기본 10일에서 10일 더 늘어날 수 있고, 지방노동위 판정에 불복해 중앙노동위 재심, 다시 행정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한화오션, 중흥건설 등이 사용자성 인정 판정에 불복해 소송을 내면서 교섭이 사법 절차로 넘어가는 흐름도 나타났다.
원청의 사용자성은 결국 '원청이 우리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통제했다'는 사실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보여주느냐에 달려 있다. 요구 전에 다음 자료를 모아두면 다툼에서 유리하다.
특히 개정법은 도급비에서 하청 노동자 인건비 몫을 의도적으로 깎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도 뒀다. 인건비가 어떻게 책정되고 조정됐는지 보여주는 자료는 교섭 요구의 근거이자 이후 협상에서도 쓸 수 있는 카드다. 원청이 근로조건에 실질적으로 개입한 흔적이 문서로 남아 있을수록, 사용자성 다툼에서 노조가 설 자리가 넓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