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 페이존의 시작 시점과 감액률은 법이 아니라 회사의 취업규칙과 노사 합의로 정해진다. 법정 퇴직금과 DB형 퇴직연금은 퇴직 직전 3개월 평균임금으로 계산되므로, 페이존에서 낮아진 임금이 퇴직금을 그대로 끌어내린다. 취업규칙에서 적용 개시 시점, 감액 방식, 퇴직금 산정 방법과 중간정산 허용 여부를 미리 확인해야 한다.
임금피크제에서 임금이 깎이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정년까지의 구간을 흔히 '페이존'이라고 부른다. 정확히 몇 살부터인지 궁금하겠지만, 법으로 정해진 나이는 없다. 시작 시점은 회사의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노사 합의로 정한다.
실무에서는 만 55세에서 58세 사이, 또는 정년 도래 3~5년 전부터 감액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2016년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 2017년 그 밖의 사업장에 60세 정년이 의무화되면서, 정년을 60세로 맞추는 대신 그 앞 구간의 임금을 조정하는 형태가 자리 잡았다.
그래서 내가 페이존에 언제 들어가는지는 옆 회사 사례가 아니라 우리 회사 규정을 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 나이 기준인지, 근속 기준인지, 정년 몇 년 전 기준인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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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액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매년 일정 비율씩 단계적으로 깎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도입 시점에 한 번 낮춘 뒤 정년까지 그 수준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같은 총감액이라도 단계적 방식은 첫해 충격이 작고 뒤로 갈수록 커진다.
감액률 역시 법정 기준이 없다. 사업장에 따라 정년연장형(정년을 60세 이상으로 늘리면서 감액)과 정년유지형(정년은 그대로 두고 앞당겨 감액)으로 나뉘고, 폭도 제각각이다. 특정 숫자를 일반화하기 어려운 이유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항목이 감액률의 기준이 되는 '피크임금'이다. 피크임금에 매년 물가나 정기 승급, 임금 인상분을 반영하는지에 따라 실제 받는 금액이 달라진다. 노사가 이를 사전에 정해두므로, 감액률만 볼 게 아니라 기준 임금이 고정인지 매년 오르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
페이존에서 진짜 조심할 부분은 퇴직금이다. 법정 퇴직금과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은 퇴직일 직전 3개월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평균임금은 산정 사유 발생일 이전 3개월 동안 받은 임금 총액을 그 기간의 총일수로 나눈 값이다.
문제는 이 3개월이 임금이 가장 낮아진 페이존 후반과 겹친다는 점이다. 재직 기간 대부분을 높은 임금으로 일했더라도, 마지막 3개월 임금이 낮으면 그 낮은 금액이 퇴직금 전체의 기준이 된다. 감액된 임금이 퇴직금을 그대로 끌어내리는 구조다.
이를 막는 장치가 퇴직금 중간정산이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시행령 제3조는 정년을 연장하거나 보장하는 조건으로 임금을 줄이는 제도, 즉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를 중간정산 사유로 규정한다. 감액이 시작되기 전 피크 임금 수준에서 그때까지의 퇴직금을 미리 정산해 두면, 높은 임금 기준으로 쌓인 몫을 지킬 수 있다.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은 사정이 다르다. 매년 임금의 일정 비율이 그해에 적립되므로, 나중에 임금이 줄어도 이미 쌓인 금액에는 영향이 적다. 회사가 DB형을 쓰고 있다면 중간정산이나 DC 전환을 검토할 실익이 있다.
정년유지형이라면 한 가지를 더 알아둘 필요가 있다. 대법원은 2022년 5월(2017다292343)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라도 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만으로 임금을 깎으면 무효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도입 목적의 정당성, 근로자가 입는 불이익 정도, 임금 삭감에 상응하는 업무량·강도 조정 같은 대상조치가 있었는지, 감액한 재원이 본래 목적에 쓰였는지를 종합해 따진다. 업무는 그대로인데 임금만 낮췄다면 다퉈볼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페이존 진입 전이라면 회사 규정에서 다음을 확인해 두면 된다.
시작 시점과 감액률은 회사마다 다르고, 퇴직금 손실은 중간정산 시점을 놓치면 되돌리기 어렵다. 페이존에 들어가기 전, 취업규칙과 퇴직급여 규정을 먼저 펼쳐 두는 편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