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중 폭염에 노출돼 열사병·열탈진 등이 생기면 산업재해로 인정될 수 있고, 온열질환 산재 승인은 2020년 13건에서 2025년 77건으로 5년 새 약 6배 늘었다. 지난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체감온도 31도 이상 폭염작업에서 물·그늘·휴식 제공이 사업주 의무가 됐고, 이를 어겨 노동자가 숨지면 사업주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폭염에 쓰러졌다면 초진소견서와 재해경위 서류를 갖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하고, 위험이 급박하면 작업중지권을 쓸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해두는 것이 좋다.

폭염 속 야외 작업은 이제 통계로도 위험이 확인된다. 근로복지공단 자료를 보면 온열질환으로 산재를 승인받은 사례는 2020년 13건에서 2025년 77건으로, 5년 사이 약 6배 늘었다. 2026년에는 5월까지만 해도 온열질환으로 인한 산재 사망이 4명 승인됐다.
숫자가 커진 배경에는 더위 자체가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여름철 평균기온이 1973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더 더워진 날씨가 건설 현장을 비롯한 실외 노동자에게 그대로 부담으로 돌아온 셈이다.

Iman Taufik
핵심은 인과관계다. 업무를 하다 폭염에 노출돼 열사병, 열탈진, 열경련 같은 온열질환이 생겼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다. 특히 폭염경보가 내려진 한낮에 옥외작업을 이어가다 쓰러진 경우처럼, 더위 노출과 발병 사이의 연결이 뚜렷할수록 인정 가능성이 높아진다.
열사병은 별도로 더 강하게 다뤄진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은 고열작업이나 폭염에 노출되는 장소에서 일하다 생긴, 심부 체온 상승을 동반하는 열사병을 직업성 질병으로 규정하고 있다. 어지럼증, 두통, 근육경련, 피로감 같은 초기 증상이 나타나는 단계에서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나중의 인정에 도움이 된다.
인정 여부를 가르는 건 결국 근거다. 당일 작업 장소와 시간, 그날의 폭염특보와 기온, 어떤 작업을 얼마나 했는지, 쓰러진 경위를 함께 본 동료의 진술 같은 자료가 인과관계를 뒷받침한다. 병원에 갔다면 진단명과 방문 시각이 남으니, 증상이 있을 때 바로 진료를 받아두는 편이 유리하다.
이건 노동자 개인의 조심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체감온도가 일정 수준을 넘는 폭염작업에서 예방 조치는 사업주의 법적 의무가 됐다. 조치는 체감온도 단계에 따라 달라진다.
| 체감온도 | 단계 | 사업주 핵심 조치 |
|---|---|---|
| 31℃ 이상 | 주의 | 온·습도 측정, 물·그늘·휴식 제공, 사전 교육 |
| 33℃ 이상 | 경계 |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 부여 |
| 38℃ 이상 | 심각 | 옥외작업 중지 |
체감온도는 주된 작업장소에서 재는 것이 원칙이고, 측정이 어려우면 기상청 발표값을 쓴다. 물과 소금, 쉴 수 있는 휴게시설을 갖추고, 폭염작업 전에 증상과 응급조치 요령을 미리 알리는 것까지가 사업주의 몫이다. 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노동자가 숨지면, 사업주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7년 이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절차는 근로복지공단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요양급여신청서에 초진소견서와 재해 경위에 대한 사업주 확인 서류를 붙여 공단에 제출하면 된다. 치료를 맡은 산재보험 의료기관이 근로자 동의를 받아 신청을 대행해 줄 수도 있다.
공단은 신청을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지급 여부를 결정한다. 인정되면 치료비를 대는 요양급여와, 일하지 못한 기간의 소득을 메우는 휴업급여를 받는다. 휴업급여는 평균임금의 약 70% 수준이라, 치료로 일을 쉬는 동안의 생계 공백을 어느 정도 메워 준다. 사망한 경우에는 유족에게 유족급여가 따로 지급된다.
한 가지 오해가 있다. 산재 신청에는 사업주 확인이 붙지만, 사업주가 협조를 거부해도 신청 자체가 막히는 것은 아니다. 확인을 받지 못한 사정을 적어 근로자가 직접 신청할 수 있으므로, 사업주가 서명을 꺼린다는 이유로 포기할 필요는 없다.
산재는 사후 보상이지만, 그 전에 쓸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노동자에게 작업중지권을 보장한다.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으면 작업을 멈추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권리를 썼다는 이유로 해고나 불이익을 주는 것은 금지돼 있고, 위반이 의심되면 고용노동부(1350)에 신고할 수 있다. 더위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판단된다면, 참고 일하다 산재를 신청하기보다 먼저 작업을 멈추는 편이 몸을 지키는 현실적인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