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가 12~18일 부분파업 수위를 높인 가운데 교섭의 최대 걸림돌은 임금이 아니라 정년 최장 65세 연장 요구다. 회사는 정년 연장을 법 개정 전 개별 기업이 정할 사안이 아니라며 교섭 대상에서 빼고 있어, 액수 조율로 풀리는 임금보다 접점 찾기가 어렵다. 국민연금 수급 전 소득 공백을 메우려는 이 요구는 다른 제조업 교섭에도 참고선이 될 수 있어 8월 협상 흐름을 지켜볼 만하다.
현대차 노조가 여름휴가에서 복귀하자마자 파업 강도를 높였다. 12일과 13일에는 주·야간 근무조별로 각각 4시간, 14일과 18일에는 각각 6시간씩 생산라인을 멈추기로 했다. 다만 회사가 본교섭에 다시 나오면 예정된 파업을 유보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교섭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압박 성격이 짙다.
파업의 대가는 이미 숫자로 나와 있다. 앞선 세 차례 부분파업으로 4만2510대의 생산 차질이 빚어졌고, 업계에서는 손실을 1조8000억원 안팎으로 추산한다. 그런데 이만한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교섭이 공전하는 배경에는 돈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쟁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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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요구안에는 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 지난해 순이익의 30% 성과급, 상여금 750%에서 800%로 인상 같은 임금 항목이 줄지어 있다. 하지만 협상을 실제로 붙잡고 있는 건 정년 문제다.
노조는 정년을 최장 65세까지 늘리자고 요구한다.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에 맞춰 은퇴 시점을 밀어달라는 것이다. 여기에 해고자 복직, 상여금 대폭 인상까지 더해지면서, 회사는 이 세 가지를 임금협상 본래 취지와 무관하다며 아예 교섭 테이블에 올리지 않고 있다. 임금 항목이 액수를 놓고 다투는 문제라면, 이 세 가지는 '다룰지 말지'부터 막혀 있는 셈이다.
돈 문제는 결국 액수를 조율하면 접점이 생긴다. 정년은 성격이 다르다. 회사는 정년 연장이 "개별 기업이 법 개정 전에 단독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국회가 법정 정년을 손보기 전에 한 회사가 먼저 65세를 못 박으면, 인건비 구조부터 신규 채용까지 되돌리기 어려운 부담을 떠안는다는 계산이다.
노조가 정년을 밀어붙이는 이유도 분명하다. 법정 정년은 60세인데,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는 단계적으로 63세, 65세로 올라간다. 그 사이 몇 년은 일자리도 연금도 없는 소득 공백으로 남는다. 정년을 연금 수급 시점까지 늘려 이 공백을 메우자는 게 요구의 핵심이다. 임금은 올해 한 번의 숫자지만, 정년은 그 뒤 수년의 생계가 걸린 문제라 양쪽 모두 쉽게 물러서지 못한다.
정년연장 요구는 현대차 한 곳의 일이 아니다. 기아 노조도 같은 65세 연장을 들고 나왔고, 60세 정년에 걸린 장년 조합원 비중이 큰 제조업 사업장이라면 어디든 같은 화두를 맞닥뜨린다. 정년을 법으로 올리자는 논의가 국회 안팎에서 오가는 상황이라, 완성차 노사가 이번에 만드는 선례는 다른 업종 교섭의 참고선이 될 수 있다.
관건은 시점이다. 노사 입장차가 큰 만큼 올해 임단협은 추석을 넘길 가능성이 거론된다. 8월이 사실상 분수령이다. 임금 항목에서 절충이 이뤄지더라도 정년과 해고자 복직을 어떤 방식으로 다룰지 접점이 나오지 않으면, 파업 유보와 재개가 반복되는 국면이 길어질 수 있다. 노조 차기 중앙쟁의대책위원회가 18일 열리는 만큼, 그전 교섭 재개 여부가 이번 주 방향을 가른다.